ADVERTISEMENT

신문에 실리는 만화의 역할

중앙일보

입력

신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파헤치는 '고발기능' 이다. 중요한 사회 고발성 기사는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도록 1면이나 사회면에 톱 기사로 커다랗게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때로는 그보다도 큰 효과를 발휘하는 방식이 있다. 바로 만화다.

만화의 특성은 무엇일까. 국내 최초의 만화학 박사인 공주문화대 임청산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극도의 과장법으로 표현되는 만화에는 현실에 대한 풍자가 내포돼 있다. 그 자유로운 표현양식 때문에 독자는 만화에 담긴 메시지를 쉽게 이해하며 유머와 재미도 느낀다. 대담한 생략과 추상에 의한 예리한 공간처리, 간명한 표현효과에 따른 강한 자기 주장, 속도감있는 참신성이 만화의 특징이다."

대개 한 컷, 또는 네 컷으로 표현되는 신문만화는 특히 그 통렬한 풍자성 덕분에 어떤 기사보다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 또 독자들의 답답한 마음을 속시원히 풀어주는 청량제 역할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으로 신문만화가 사회풍자라는 제기능을 찾기 시작한 것은 6.25가 끝난 1950년대 후반 무렵. 55년 2월 동아일보에 〈고바우〉가 실린 것을 전후해 중견 만화작가들이 시사성 있는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당시 정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담긴 만화가 국민의 화제를 모으자 만화가들은 벌금.구인.삭제 및 정정.사퇴 및 외유 등 당국의 집요한 압력에 시달렸다.

중앙일보에 〈왈순아지매〉를 그리는 정운경 화백이나 〈만화세상〉을 펼치는 김상택 화백도 국내 시사만화계에 커다른 획을 그은 만화가로 손꼽힌다.

최근 몇년 사이에 일상의 소박한 감성이나 유머를 신문 만화에 담는 새로운 형식도 등장해 신세대들의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박광수씨의 〈광수생각〉은 그 대표적 사례. 또 스포츠신문을 포함한 여러 신문들은 오락성이 강한 시리즈 만화를 집중적으로 싣기도 한다.

대개 네 컷으로 실리는 시사만화와 달리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내용을 한 컷에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만평(漫評)이라고 한다. 그림 한 컷에 모든 내용을 압축하되 풍자.해학.비판까지 곁들여야 제맛이 나므로 만평은 만화보다 어렵다고들 한다.

학생 스스로 직접 신문 만화를 그릴 때는 우선 무엇에 대해 그릴 것인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사건이나 세태에 대한 풍자인지, 아니면 일상의 유머인지 결정한다.
그 다음은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는 문제. 한 컷인지 여러 컷인지, 등장인물은 누구인지, 누가 어떤 말을 했고 그것을 어떤 식으로 비유할 것인지 등을 생각한다. 만일 여러 컷의 만화를 그린다면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내용에 따라 컷 수를 정한다. 컷의 크기나 모양도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변화를 줄 수 있다.
만화로 표현할 내용과 순서가 결정되면 우선 연필로 스케치한 다음 수성펜.붓.콩테 등으로 완성한다.

만화는 기사와 달라 구구절절한 사연을 그림 속에 다 집어넣을 수 없다. 훌륭한 만화일수록 만화 그 자체로 모든 것을 설명하며 작가의 통렬한 비판정신과 따뜻한 감성이 함께 살아숨쉰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