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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 애썼다, 연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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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은메달을 목에 건 김연아가 시상대 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은메달을 걸고 시상대 위에 선 김연아(21·고려대)는 눈물을 흘렸다.

 김연아는 지난달 30일(한국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끝난 2011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 점수 61.72점, 예술 점수(구성요소 점수) 66.87점을 얻어 총점 128.59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을 포함해 194.50점으로 안도 미키(일본·195.79점)에게 1.29점이 뒤졌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에 이어 2위를 기록한 안도는 깔끔한 연기로 시상대 맨 위에 섰다. 안도의 우승은 2007년에 이어 두 번째다

 대관식 준비는 완벽했다.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 65.91점을 받아 안도(65.58점)보다 0.33점 앞섰다. 프리스케이팅 구성도 좋았다. 김연아의 구성요소 점수는 출전 선수 가운데 최고였다. 안도는 64.46점이었다. 그러나 두 차례 실수가 뼈아팠다. 트리플 살코-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기본점 5.6점)에서 후반 점프를 1회전으로 처리해 4.6점으로 깎였다. 트리플 플립(기본점 5.3점)까지 1회전에 그쳐 0.5점을 얻는 데 그쳤다.

 반면 안도는 김연아에 비해 화려하지 않았지만 실수 없는 연기를 했다. 안도는 시상식이 끝난 뒤 ‘간바레 닛폰(힘내라 일본)’이라고 쓰인 일장기를 손에 들고 링크를 일주했다. 그는 “대지진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 비하면 경기 전 불안 따위는 하찮은 것”이라며 “일본을 생각하며 경기를 했다”고 고백했다. 일본 언론은 ‘안도가 피겨 여왕을 이겼다’ ‘대지진으로 고통에 잠긴 일본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며 안도의 우승을 대서특필했다.

 김연아의 어머니인 박미희 올댓스포츠 대표는 1일 갈라쇼를 앞두고 기자들과 만나 “연아가 어제(30일) 프리스케이팅을 앞두고 오른 발목이 아프다고 했다”고 말했다. 김연아는 경기를 마치고 나서 “첫 실수 후 다리가 후들거렸다”라고만 했을 뿐 통증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이 통증과 13개월의 공백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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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연아도 “공백의 영향을 부인할 수 없다”고 인정했다.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 이후 새 동기를 찾기 어려워서 심리적으로 매우 힘들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시상식에서 흘린 눈물에 대해서는 “힘든 시간을 거쳐 오랜만에 시상대 위에 서 있다는 것이 감격스러웠다”고 했다. “선수 생활을 계속 하는가”라는 질문에는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홍보 활동에 주력한 뒤에 다시 생각을 해 보고 싶다.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고 대답했다.

 김연아는 2일 귀국하며, 18일부터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후보 도시 브리핑에 6명의 프레젠테이션 주자 중 한 명으로 나선다. 7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리는 최종 투표 현장도 찾을 계획이다. 그는 “평창은 올림픽에 세 번째 도전을 한다. 어느 나라보다 준비가 완벽하게 돼 있다는 점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에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온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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