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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오른 2005 칸 영화제] "김기덕만의 강렬한 영상 이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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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김기덕 감독

▶ 올해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멕시코 스타 셀마 헤이엑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칸=AP 연합]

김기덕(사진) 감독의 12번째 영화 '활'이 11일 오후 5시30분(현지시간) 프랑스 칸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다. 세계 저명.신예 감독의 신작을 소개하는 '주목할 만한 시선' 개막작으로 상영된 '활'은 한국에서도 시사회 없이 12일 서울 강남 씨너스G와 부산극장 두 곳에서 개봉했다. 따라서 11일 칸 상영은 사실상 '월드 프리미어'(세계 첫 공개)에 해당한다.

지난해 '사마리아'와 '빈집'으로 각각 베를린.베니스 영화제 감독상을 받은 김 감독의 유명세를 보여주듯 '활'이 상영된 칸영화제 국제회의장 3층 바쟁극장에는 100여 명의 외신기자가 몰렸다. 또 일반인 등 300여 명의 관객이 거의 빈자리 없이 극장을 메웠다.

'활'은 6세 때 유괴돼 10년 동안 낚싯배에 갇혀 산 어린 소녀(한여름)와 이 배에서 낚시꾼을 상대로 생계를 이어가는 60세 노인(전성환)분의 얘기. 노인은 어린 소녀와 결혼하겠다는 마음으로 결혼 날짜에 맞춰 혼례를 준비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녀는 낚시하러 온 청년과 마주치며 이성에 눈을 뜨고, 평화로웠던 노인과 소녀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노인과 소녀는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이르지만 노인은 바다에 빠져 자살하고, 소녀는 대학생과 함께 바다를 떠난다.

영화에서 활은 노인이 자신을 외부세계로부터 보호하는 강력한 방어수단이자 영적 차원에서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도구로 등장한다. 배.불상.달.활 등 김 감독 특유의 회화적 이미지가 일렁이고 '봄여름겨울가을 그리고 봄'(2003)에서 노출됐던 불교적 세계관도 담겨 있다. 점술 등 동양 전통의 샤머니즘 요소도 내포하고 있다.

외국 기자들은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탈리아 일살레르니타노지(紙)의 마누엘라 나스트리 기자는 "등장인물의 시선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감독의 시도는 여전히 인상적"이라며 "대화를 적게 쓰는 대신 음악과 이미지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 감독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의 유사성도 지적했다. '활'의 주무대인 바다에 떠 있는 배와 '섬'(2000)에 나오는 낚시터 배,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의 호수 가운데 사찰 등이 모두 '물 위에 떠 있는 집'이라는 공통된 이미지를 읽었다는 것이다.

또 호주 ABC-TV의 마가렛 파머란츠 기자는 "개인적으로 '활'이 김 감독의 영화 중 최고라고 할 수는 없지만 역시 김 감독은 훌륭한 연출가임을 새삼 확인했다"고 밝혔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는 '주목할 만한 시선상''독창적 시선상''미래를 향한 시선상'등 3개의 상이 주어지며, 모두 23개 작품이 후보에 올랐다. 수상작은 영화제 폐막일인 22일 발표된다.

한편 올해로 58회를 맞은 칸영화제는 11일 오후 7시30분 개막식을 시작으로 12일간의 장정에 들어갔다. 경쟁부문 개막작으로 선보인 프랑스 스릴러 '레밍'은 현실.환상을 넘나드는 치밀한 플롯과 화려한 볼거리를 갖춘 수준급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유고의 거장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 멕시코 스타 셀마 헤이엑, 미스 월드 출신의 인도 배우 아이쉬와라 라이, 홍콩 누아르의 거장 우위썬(吳宇森) 등이 개막식을 빛냈다.

칸=박경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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