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체포왕’] 한술 더 뜨는 ‘투캅스’ 폭소탄, 휴머니즘 코드는 ‘글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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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정의도 중요하지만 실적은 더 중요하다. 마포서 형사 재성(박중훈오른쪽)과 서대문서 형사 의찬(이선균)의 실적 경쟁을 그린 코미디 ‘체포왕’.

사람냄새, 땀냄새 나는 액션 때문일까. 형사는 영화의 단골 캐릭터다. 충무로에서도 ‘투캅스’(1994),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살인의 추억’(2003), ‘거북이 달린다’(2009), ‘부당거래’(2010) 등 화제작이 잇따랐다. 이 계보에 ‘체포왕’(5월 4일 개봉)이 추가됐다. 겉으로는 ‘투캅스’가 연상된다. 별명 ‘구렁이’의 마포서 고참 형사와, 매사에 허술한 서대문서 신참형사가 주인공이다. 멋모르는 신참이 의뭉스런 고참에게 번번이 당하는 설정도 닮았다.

 ‘체포왕’(감독 임찬익)은 이런 동어반복을 피하려고 애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인근 경찰서끼리 ‘나와바리(담당구역을 일컫는 속어)’ 다툼을 벌인다는 발상이 그렇다. 웃음을 유발하는 지점마다 현실을 담으려고 한 점도 점수를 받을 만하다. 부녀자 성폭행범 ‘마포 발바리’를 쫓는 가운데 ‘성골’ 경찰대와 ‘6두품’ 순경 출신의 갈등, 평가점수가 높은 범죄에 열 올리는 형사 등이 자연스럽게 담겼다. 연쇄 성폭행범을 부유층으로 설정한 점도 일종의 차별화다.

 일단 실적을 향한 형사들의 경쟁이 빚어내는 웃음이 볼 만하다. 편의점에서 커피믹스를 슬쩍 한 여학생, 길에 놓인 신문을 1600원 받고 폐지로 판 할머니 등을 입건하는 마포서 강력팀장 재성(박중훈)의 쩨쩨함, 피해자 집 창틀을 떼어와 용의자에게 “쏙 들어간다”며 우기는 서대문서 강력팀장 의찬(이선균)의 황당함, “‘마포발바리’가 마포경찰서 것이면 전국에 있는 마포갈비·마포주물럭은 다 니네 거냐”는 두 경찰서장(주진모·이한위)들의 입씨름 등에 웃음이 터진다. 정신이 살짝 나간 고 박사(임원희)의 ‘자백 원맨쇼’도 유쾌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아쉬움도 크다. 이 영화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코미디와 휴먼드라마라는 떡을 양 손에 쥐고 갈등하는 아이 같다. 능구렁이 고참과 좌충우돌 신참이란 명확했던 캐릭터도 흐릿해진다. 재성은 꼭 과거를 뉘우쳐야 했을까. 의찬과 애인의 ‘속도위반’은 없어도 무방하지 않았을까. 박중훈·이선균 두 배우의 가용능력을 100% 끌어냈느냐는 의문이 드는 건 이 때문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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