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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승자는 트위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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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오병상
수석논설위원

4·27 재·보선의 승자는 민주당이 아니다. 트위터(Twitter)가 진정한 승자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민주당의 승리는 트위터가 만들어 주었다. 둘째 민주당이 다음에 승리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트위터는 다음 선거에서도 승패를 가르는 주역이 될 것이 확실하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팔로어(Follower)를 거느린 작가 이외수. 최근 팔로어 73만을 돌파했다. 그는 선거 전날부터 투표 참가 캠페인을 벌였다. 캐치프레이즈는 ‘투표만복래(投票萬福來·투표하면 복 받는다)’. ‘그대가 진정한 민주시민임을 입증해 보입시다’ 등과 같은 메시지를 뿌렸다. 투표 전날 밤 트위터를 하며 지새운 다음 아침 일찍 부인과 함께 투표를 하고 투표장 앞에서 찍은 인증샷(투표를 증명하는 사진)을 다시 뿌렸다.

 그의 행위가 얼마나 영향력이 있었을까. 수치로 계량할 수는 없지만 추정은 가능하다. 우선 매체의 속성을 고려해야 한다. 트위터는 IT시대의 총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에서도 최고의 총아다. SNS 중에서도 트위터는 가장 신속하고 광범위하고 직접적인 영향력을 자랑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외형적으로 트위터는 압도적이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당시에도 트위터가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사이 트위터가 달라졌다. 지난해 1월 트위터 이용자는 25만 명이었다. 올해 초 250만 명을 돌파했다. 약 1년 사이에 10배로 늘었다. 비슷한 기간 트위터에 올린 메시지는 190만 건에서 6800만 건으로 36배 폭증했다.

 트위터의 미디어적 속성도 탁월하다. 페이스북이 밀실에서 친구끼리 얘기하는 식이라면 트위터는 광장에서 외치는 식이다. 이외수처럼 목소리 큰 사람이 외치면 70만 명이 동시에 듣는다. 더 결정적인 영향력의 원천은 리트윗(Retwitt·재전송)이다. 이외수의 외침을 들은 사람들이 그 외침을 그대로, 거의 동시에 자신의 팔로어들에게 전달한다. 한국 트위터 이용자 1인당 평균 팔로어는 70명 정도. 산술적으로, 리트윗 한 번이면 4900만 명이 동시에 같은 메시지를 받을 수 있다. 리트윗을 받은 사람이 다시 리트윗을 한다고 치면 수신자는 기하급수로 늘어난다. 특히 유명인들의 시사적인 메시지는 가장 인기 높은 리트윗 대상이다. 결론적으로 이외수의 투표 참여 권유는 우리나라 트위터 이용자 모두가 봤다.

 이런 공룡 앞에서 한나라당은 어떤 실책을 했는가. 투표 전날 이외수의 트위터에 ‘왜 이러십니까’라는 다소 도발적인 메시지가 올랐다. 한 팔로어의 질문에 답한 외마디다. 질문자는 이외수와 엄기영(한나라당 강원지사 후보)이 나란히 찍은 사진을 첨부한 글에서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계신가 해서 여쭙습니다’라고 물었다. 이외수의 설명이 다시 뿌려졌다. ‘지사 후보들이 두 분 찾아와 사진 찍었습니다. 그런데 모 후보와 찍은 사진만 자주 올리시는 분, 저의가 무엇인지요’다. 결론은 ‘엄기영을 지지하지도 않는데 왜 자꾸 사진 올려 선거운동에 이용하느냐’는 항의다. 한나라당은 제 발등을 찍었다. 트위터 때문에 젊은 층이 많이 투표해 한나라당이 진 것도 맞지만, 진짜 한나라당이 참패한 이유는 트위터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 과연 트위터는 민주당 편인가. 아니다. 속성상 야당 편이 될 가능성은 높다. 소통의 수단이기에 개방과 공유를 강조한다. 권위와 독선을 거부하고 비판한다. 권력은 비판의 대상이 되기 쉽다. 그러나 기술은 중립이다. 트위터 이용자라고 민주당의 이데올로기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경우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에게 졌던 보수 공화당이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SNS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하원을 장악했다. 내년 선거에선 SNS가 더 결정적일 것이란 전망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오병상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