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MS 경영일선서 퇴진

중앙일보

입력

세계 최대의 컴퓨터 소프트웨어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창업자 빌 게이츠(44) 회장은 13일 최고경영자(CEO) 자리를스티브 발머(43) 사장에게 물려주고 자신은 소프트웨어 개발에 전념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게이츠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이 창업 이후 25년간 맡아 온 마이크로소프트 사장직을 2인자인 발머 사장에게 넘겨주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자신은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소프트웨어 개발 책임자''를 겸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일어날 혁명의 중심에는 소프트웨어가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인 미래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내 시간의 거의 100%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프트웨어가 미래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그의 비전은 최근 이뤄진 아메리카 온라인(AOL)과 타임워너의 합병 뒤에 깔려있는 비전, 즉 ''디지털 시대에는 콘텐츠가 최고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과 대조되는 것이다.

게이츠 회장은 앞으로 대규모 컴퓨터 시스템과 데스크톱 개인용 컴퓨터, 급격히 증가하는 소비자 전자제품 등을 모두 인터넷에 연결시키는 새로운 통합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게이츠 회장은 경영일선 퇴진 결정이 그동안 쌓인 피로 때문이라는 일부의 추측을 일축하듯 밝고 정열적인 태도로 기자회견을 진행하면서 그가 지난해 7월 발머를 사장으로 임명했을 때 시작한 변화가 이제 실제로 완성됐다고 말했다.

게이츠 회장과 발머 사장은 하버드대학 재학시절부터 친구였으며 그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조직적인 변화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고 발머 사장은 말했다.

게이츠의 경영일선 퇴진은 미 법무부가 마이크로소프트를 상대로 한 반독점 소송 해결책의 일환으로 마이크로소프트를 분할하려는 기도가 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발표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연방정부와 19개주가 제기한 반독점 소송때문에 지루한 공방을 벌이고 있으며 지금까지 협상에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발머 사장은 정부가 마이크로소프트를 두세개의 기업으로 쪼개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는 보도와 관련, "그런 움직임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분별없는 짓이며 소비자에게 해로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발머는 앞으로 반독점 재판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결정에 자신이 대표 교섭인이 될 것이지만 게이츠 회장도 계속 이 문제에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머 사장은 AOL-타임워너 합병처럼 마이크로소프트도 큰 합병 파트너를 찾을 필요가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 사업은 소프트웨어에 집중돼 있는데 우리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이루고자 하는 일을 완성시키기 위해 대규모 합병을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게이츠 회장과 발머 사장이 이날 밝힌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전략은 본질적으로 인터넷 운영 시스템을 만드는 일로 이것은 현재 한 PC 안에 여러 프로그램을 통합시키는 방식으로 인터넷의 여러 다른 부분들을 통합시키는 작업이다.

마이크로소프트측은 소비자들로서는 그것이 인터넷 사용을 더욱 편리하게 하는길 이라고 주장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개인용 컴퓨터(PC) 세계에서 그랬던 것처럼 인터넷 세계의 중심에도 소프트웨어가 있을 것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들은 또 인터넷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분야인 기업과 기업을 연결해 주는 소프트웨어 분야를 선점하겠다는 전략도 시사했다.

이런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전략은 지난 95년 인터넷 웹브라우저가 윈도 운영체제를 위협했을 때 재빨리 전략을 수정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해 첫번째 변화를 추진한 뒤 두번째 변화의 시기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XML로 불리는 차세대 웹 기술에 기반을 둔 인터넷 표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군소 경쟁자들이 자기 응용 소프트웨어들을 기업들과 연결시키고 있는 상황에 대한 대응전략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발머 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새 전략은 `차세대 윈도 서비스''라는 새로운 어플리케이션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건강관리와 여행산업에서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소비자들이 의료서비스 제공자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변화시키도록 만들고 여행 자동정보 서비스를 받도록 도와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골드만 삭스의 분석가인 리처드 셜런트는 발머를 승진시킨 데 대해 `발전적 조처''라면서 게이츠 회장이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다른 역할에 전력투구할 계획이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는 "게이츠로서는 이것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에서도 성공을 거두도록 만드는 방안이라고 생각했던 것으로 본다"면서 "그것이 그의 진짜 의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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