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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F1 복귀 피렐리, 빨리 닳아서 좋은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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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강자 피렐리(Pirelli)’

 올해 포뮬러1(F1) 레이스에서 승부를 좌우하는 요소로 타이어 교체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20년 만에 F1에 복귀한 이탈리아 타이어 메이커인 피렐리는 올해 F1에 여섯 가지 타이어를 모든 팀에 공급하고 있다. 피렐리는 프랑스의 미셰린, 일본의 브리지스톤, 미국 굿이어, 독일 컨티넨탈에 이은 세계 5위 타이어 제조 기업이다.

 F1에 타이어가 승부의 관건으로 떠오른 것은 2007년이다. 당시 F1 조직위인 세계자동차연맹(FIA) 산하 FOMA는 두 개의 타이어 메이커가 한 시즌 동안 경합을 한 뒤 우승자를 가리는 ‘타이어 챔피언십’을 폐지했다. ‘원 메이커’ 타이어로 경쟁하는 게 더 흥미롭다고 이유를 댔지만 2006년 미국 그랑프리에서 미셰린 타이어에 문제가 생긴 게 원인이었다. 그러자 미셰린은 “경쟁 없으면 기술 발전도 더디다. F1 참가 의미가 없다”며 철수했다. 이에 따라 2008~2010년 F1에는 오직 브리지스톤 타이어가 공급됐다. 올해부터 3년간은 피렐리가 F1에 독점으로 공급한다. 올해 공급량은 5만 개다.

세계 5위의 이탈리아 타이어 업체인 피렐리가 20년 만에 포뮬러1(F1)에 복귀했다. 지난해 브리지스톤 타이어와 달리 접지력을 높이는 대신 마모는 쉽게 해 매 경기마다 타이어 교체가 승부의 관건이 되고 있다.

◆올해 흥미진진해져=피렐리 타이어는 브리지스톤 타이어보다 마모도가 높아 F1 각 팀들의 경기 전략에 주요 변수가 됐다.

 지난해 브리지스톤은 F1 타이어의 내구성을 지나치게 좋게 만들었다. 대다수 경주용차(머신)가 단 한 번만 타이어를 교체하는 ‘원 스톱’ 작전을 구사해 흥미가 반감됐다. 이에 따라 올해 피렐리는 속도와 접지력뿐 아니라 마모도를 높인 타이어를 들고 나왔다. 각 팀은 타이어를 바꾸기 위해 피트(정비공간)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졌다. 올해 진행된 호주·말레이시아·상하이 그랑프리에서는 피트 스톱이 많아져 순위가 계속 변하는 긴박한 장면이 연출됐다.

◆6색 컬러 F1 타이어=피렐리는 F1 타이어를 터키에서 생산한다. 타이어의 물성 특징(컴파운드)에 따라 타이어에 피렐리 로고와 ‘P 제로(Zero)’라는 타이어 브랜드의 색을 다르게 표시하고 있다. 붉은색은 슈퍼 소프트로 접지력이 가장 좋아 제일 빠른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마모 또한 가장 크다. 타이어 물성이 부드러운 순으로 은색은 소프트, 흰색은 미디엄, 노란색은 하드를 나타낸다. 비가 올 때 사용하는 타이어는 두 가지다. 블루는 약간 노면이 젖었을 때, 오렌지는 비가 쏟아질 때 쓰는 레인 타이어다. 시속 300㎞를 넘나드는 F1에서 슈퍼 소프트는 100㎞ 주행이 가능한 데 비해 하드는 170㎞를 주행할 수 있다. 이처럼 머신에 장착한 타이어가 색깔로 구분이 돼 시청자나 관람객은 즐거워졌다. 해당 머신이 어떤 타이어를 썼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어서다.

 피렐리 아시아태평양담당 카타니오 지우셉프 사장은 “올해 10월 한국 F1 그랑프리를 통해 피렐리 타이어의 우수성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P 제로 타이어는 시속 250㎞까지 내는 고성능 수입차에 주로 쓰인다.

김태진 기자

●피렐리=1872년 엔지니어였던 지오바니 피렐리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창업했다. 세계 처음으로 자전거용 타이어와 전신 케이블을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1901년 자동차 타이어 시장에 진출했 다. 모터스포츠 역사는 1907년 프랑스 파리~중국 베이징 로드 레이스에서 우승한 이래 13년에는 F1 전신인 프랑스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며 F1과 인연을 맺었다. F1 타이어 스폰서는 1991년 철수했다가 올해 복귀했다. ‘타이어 비즈니스’가 집계한 지난해 매출액은 56억 달러(약 6조원)로 세계 5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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