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대치동 식당가·술집은 지금 ‘중간고사 불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학원가 밀집지역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도곡로(지하철 분당선 한티역~우성아파트 4거리)는 주말 교통 체증으로 악명이 높습니다. 2차로는 학원이나 음식점에서 들락거리는 차들로 오후 11시까지 차들이 꼼짝을 못 합니다. 하지만 1년에 몇 번 정도 예외는 있습니다. 지난 23일(토요일) 저녁 시간 이 도로는 뻥 뚫렸습니다. 평소 손님들이 줄지어 기다리던 C음식점엔 자리가 비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음식점 주인은 “중간고사 기간이잖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지난주 중간고사를 시작한 학교도 일부 있으나 대부분 학교가 이번 주 중 중간고사를 시작합니다.

 중1 학부모 유모(46)씨도 이날 외출을 삼갔습니다. 그가 사는 C아파트나 인근 R아파트 단지 상가에 있는 맥줏집이나 노래방도 손님이 거의 없습니다. 다들 어디로 갔을까요. 유씨는 “시험 때는 꼭 전시 상태 같다”며 “엄마들은 집에 붙어서 아이들 공부하는 걸 옆에서 지켜보거나 도와주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고1·중2 학부모 김모(45)씨도 미리 열흘치 장을 봤습니다. 그는 “아이들이 시험 끝날 때까지 밤에 밖에 나다니는 사람 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습니다. 문제는 아빠들이죠. 밖에서 술을 마시고 들어오거나 집에서 TV 시청을 하다가는 눈총을 받기 십상입니다. 그래서 놀이터나 공원을 산책하거나 집에 있는 동안엔 공부 분위기를 깨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그럼, 이 동네에서는 온 가족이 왜 시험에 신경을 곤두세울까요. 고1 학부모 강모(45)씨는 “분위기 영향이 큰 것 같다”며 “많은 학생이 중간고사 한 달 전부터 열공 모드에 들어가다 보니 부모들도 아이 시험 일정에 맞추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러니 시험이 끝날 때까지 학생이나 학부모 모두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립니다. 시험이 끝난 5월이 돼야 이 동네는 다시 활기를 찾습니다.

강홍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