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밥’ 1층이 변했다 펜트하우스처럼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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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롯데건설이 서울 불광동에서 내놓은 저층 특화 아파트. 선호도가 떨어지는 1, 2층을 테라스하우스로 설계한 게 특징이다.


“1층은 현관이 시끄럽고 햇빛도 잘 들지 않아 불편함이 많아요.” “밖에서 안이 들여다보이는 게 가장 큰 단점이에요.”

 공동주택에서 1층은 천덕꾸러기였다. 집안이 들여다보이고 햇빛을 잘 받을 수 없다. 조망권을 갖는 건 어림없는 일이다. 엘리베이터 앞에 현관이 있다면 시끄럽기까지 하다. 아파트 분양 때 가장 늦게 팔리는 게 1층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들어 1층은 로열층 못지않은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1층에 기능과 구조를 강화한 특화설계가 적용되면서 확 달라진 주택상품이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보주택 강진원 전무는 “이제까지 1층의 장점이라고는 싼 분양가뿐이었지만 요즘은 1층을 ‘특별한 상품’으로 만들면서 희소성도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엠코가 개발한 전용 84㎡형의 1층 복층아파트. 거실 층고를 높여 개방감을 확보했다.

 ◆“사생활 침해 없애자”=1층이 외면받았던 가장 큰 이유는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거실 창 등을 통해 밖에서 집안이 들여다보인다는 것이다. 필로티(1층을 비워 기둥으로 세우는 것) 설계로 1층을 3층 높이로 올리는 구조가 선보였다. 포스코건설은 5월 인천 송도국제도시 5공구에 공급하는 송도 더샵 그린스퀘어에 6m 필로티 설계를 적용해 사실상 1층을 3층 높이로 만든다. 두산건설이 부산시 강서구 명지지구에 짓는 두산위브포세이돈(1256가구)은 1층 바닥 높이가 8.8m여서 필로티가 적용되지 않은 일반아파트의 3~4층 높이에 해당된다. 다음 달 동부건설이 인천시 귤현동에서 내놓는 계양센트레빌 2차는 1, 2층 거실 창을 컬러강화유리로 시공해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도록 한다. 취약한 조망권을 보완한 아파트도 있다. GS건설은 경기도 고양시 식사지구에 지은 자이위시티의 1층 거실 전면에 개인 정원 같은 아담한 조경공간을 마련해 1층에서만 볼 수 있도록 했다. 엘리베이터 앞 현관 소음을 피하기 위해 대림산업·SK건설 등은 1층 전용 출입문을 별도로 마련한 상품을 선보였다.

GS건설이 개발한 1층 복층형 평면.

 ◆복층형에 테라스형까지=펜트하우스에 적용되는 고급·특화설계를 1층에 적용하는 사례가 부쩍 많아졌다. 포스코건설이 다음 달 대구시 봉무동에서 분양하는 이시아폴리스 더샵 2차는 1층에 개인스튜디오·영화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별도의 지하공간이 마련된다. 전용 84㎡형 1층을 분양받으면 사실상 110㎡형 같은 공간을 쓸 수 있는 셈이다.

 롯데건설이 이달 초 분양한 서울 불광 롯데캐슬은 1, 2층에 개별정원을 제공해 테라스하우스처럼 꾸민다. 롯데건설 김진호 분양소장은 “아파트이지만 테라스하우스같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소비자들에게 잘 먹힌 것 같다”고 말했다. 복층으로 설계해 단독주택 같은 구조를 만들기도 한다. GS건설과 SK건설·현대엠코는 펜트하우스에 적용하던 복층 설계와 높은 거실 층고 등을 적용한 저층부 전용 평면을 개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해 말 충남 세종시에서 내놓은 첫마을 퍼스트프라임(A-1블록)은 895가구(11개 동) 중 174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미분양된 1층은 12가구밖에 안 된다. 1층 계약자에게 정원·창고 등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별도의 지하공간이 주어지고 분양가도 15% 정도 싼 게 소비자를 끈 요인으로 LH는 풀이했다. LH 세종시건설사업단 오승환 판매팀장은 “보통 미분양은 대부분 1, 2층에서 나왔으나 1층 특화상품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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