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같이 뚱뚱해"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정학

미주중앙

입력

#. 롱아일랜드에 사는 A(5학년)군. 친구인 백인 B양이 ‘아시안은 냄새가 난다’고 놀리자 화가나 “넌 돼지같이 뚱뚱해”라고 되받았다. B양이 울음을 터뜨렸고 이 장면을 학교 교사가 봤다. 학교측에서는 A군을 정학시키겠다고 부모에게 통보했다. 하지만 A군 부모는 한 형사법 변호사 도움으로 학교측에 ‘A군만의 잘못이 아니다’는 것을 잘 설명해 정학 처분을 받지 않았다.

최근 뉴욕·뉴저지 정부의 ‘왕따(Bullying·집단 괴롭힘) 금지 규정’이 강화되면서 물리적인 폭력을 가하지 않은 단순 놀림으로도 정학 등 예전과 달리 보다 강력한 처벌을 내리는 경우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학부모들이 형사법 전문 변호사들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변호사들에 따르면 최근 왕따와 관련한 문의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배는 늘었다. 라정미 변호사는 “뉴욕시뿐 아니라 롱아일랜드 등지 학교에서 관련 규정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시에서 왕따 금지 규정은 2008년부터 시행돼 왔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왕따로 인한 자살 등이 사회문제가 되자 뉴욕주·시는 규정을 강화했다. 지난 2월에는 ‘모두를 존중하는 주간’을 마련해 관련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뉴저지주 역시 지난해 11월 관련 법안을 제정하고 ‘집단 괴롭힘’과의 전쟁을 선언했다.

플러싱 PS32초등학교 새라 조 교사는 “예전보다 왕따 관련 규정 적용이 까다로워진 것이 사실이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왕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교육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순한 놀림과 왕따는 구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대(NYU) 어린이연구센터 리처드 갤라거 디렉터는 “아이들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놀림을 두고 왕따 금지 규정의 잣대로 처벌하는 것은 무리”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학교측에 적절하게 의사표현을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최윤희 한인학부모협회장도 “학부모들은 관련 문제가 생기면 학교에 찾아가서 잘못한 부분이 있으면 인정하고, 학교측의 과도한 부분이 있으면 지혜롭게 얘기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하면 왕따 처벌

◆인종·피부·성별·장애·종교 등 이유로 위협하거나 조롱하는 행위 예)“피부가 왜 이렇게 까맣니”“남자가 이것도 못하니”

◆타인 모욕·조롱하는 내용 글·그림으로 표현하거나 관련 옷을 입는 행위 예)’날 차주세요’ 적인 글을 친구 등에 부착

◆모욕·조롱하는 내용을 인터넷에 올리거나 회람하는 행위

자료: 뉴욕시 교육국 교육 규정집

강이종행 기자 kyjh69@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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