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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해외칼럼

국가 간 자본이동과 IMF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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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컬럼비아대 교수

국가 간 자본 흐름에 대한 규제는 지난 2년간 국제금융의 핵심 논쟁 거리였다. 금융위기 동안 선진국들은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한 반면 개발도상국들은 경기부양 정책을 펴왔다. 이런 불균형이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 대량의 자본 이동을 초래해 왔다. 개도국들은 이 같은 자본 흐름이 자국 통화가치를 끌어올리고 경상수지 적자와 자산가치 폭락을 초래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개도국들이 자본 유입을 규제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는 물론 금융 자유화를 위해 개도국의 자본시장 개방을 역설해 온 과거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조와 배치된다.

 이달 초 IMF는 2건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결론은 국가 간 자본 이동에 대한 규제가 거시경제와 거시건전성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가 간 자본 흐름에 규제를 실시한 국가들은 최근 국제 금융위기의 피해를 덜 받았고 1997~98년의 아시아 금융위기 때도 마찬가지 현상이 나타났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한다. 하지만 이는 IMF의 자본시장 자유화 정책과는 상당히 다른 얘기다. 주요20개국(G20)은 2008년 규제받지 않는 금융시장이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 금융규제를 결정했다. 하지만 국가 간 자본이동을 규제하는 것에 대해선 ‘통제’라며 의제에서 제외한 바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많은 규제가 존재하고 있다. 국가 간에 이동하는 자본·채무에 대해 지불준비금 확보를 요구하는 것이 그중 하나다. 유입자본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도 있다. 외환을 끌어모으는 세력에 대해선 건전성을 이유로 거래를 금지하는 것도 가능하다. 브라질과 한국은 자국 내 금융기관으로부터 외환을 차입하는 세력에 대해서 높은 지급준비율을 규정하고 있다.

 IMF는 보고서를 통해 각국의 자본 흐름 규제 정책에 대한 지침을 제시했다. 지침은 자본 흐름 규제가 다른 모든 재정·통화정책을 실시한 후 최후에 시도해야 할 정책이라고 명시했다. 하지만 실제로 자본 규제는 환율이 과다하게 변동하기 전에 취해야 할 조치다. IMF의 지침은 자본 흐름 규제가 일시적 조치가 되길 원한다. 그러면서도 규제의 목적을 “제도적 틀을 강화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제도적 틀과 관련된 문제라면 자본규제는 일시적이 아닌 영구적인 정책이 될 수밖에 없다.

 IMF 같은 국제기구가 정책을 제안할 땐 그 정책을 쓰는 국가들에 대해 협조하는 ‘당근’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지침엔 그런 내용이 없다. 이번 IMF의 지침은 미국 등 많은 국가가 체결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과도 배치될 수 있다. 대부분의 FTA에선 자본 규제를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 간 자본 흐름에 관한 문제는 1997년 당시 미셸 캉드쉬 IMF 총재가 자본의 자유화를 IMF 규약에서 언급하며 시작됐다. 결국 이번 지침은 그간의 자유화 노력이 실패했음을 암시한다. 새 지침엔 IMF의 감독을 받는 국가가 준수해야 할 어떤 새 의무조항도 적시하지 않았다. IMF의 새 기조는 환영받을 만하다. 하지만 향후 몇년 간 각국은 자본 운용에 대한 자유를 어느 때보다 더 필요로 할 것이다.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컬럼비아대 교수
정리=이충형 기자 ⓒ Project Synd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