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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만문화 대안 제시한 수작…SBS 〈생명의 기적〉

중앙일보

입력

21세기에도 출산은 여성만의 고독한 싸움일까. SBS가 지난 8일 제1부를 방송한 특집3부작 다큐멘터리 〈생명의 기적〉은 가족과 고립된 산모가 병원 침대에 누워 아기를 낳는 것을 당연시해 온 우리네 분만문화에 이러한 대안적 비판을 던진 문제작이다.

제작진이 미국. 일본. 몽골 등지에서 6㎜디지털 카메라에 담아 온 출산 모습은 전혀 달랐다. 병원만이 아니라 자기 집. 조산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남편. 친정어머니 등 가족들에 둘러 싸여 아기를 낳는 산모. 조산원의 도움이 있었지만 결코 강제로 아기를 꺼내려하지 않는다.

경이로운 것은 '누워서'만 아기를 낳지 않는다는 점. 산모에 따라 엎드려서, 혹은 앉아서 아기를 낳는다. 이런 자세를 택하면 중력의 방향으로 힘을 줄 수 있고 골반이 더 넓어져 고통이 한결 줄어든다는 것. 제작진은 제주도 해녀 인터뷰를 통해 이런 다양한 자세가 우리 전통의 출산문화 속에도 있었던 것임을 확인한다. 누워서만 낳는 획일적인 자세는 미국식 병원제도가 도입된 이후의 일이라는 것이다.

수중 분만도 소개됐다. 물 속에 들어가면 피가 심장에 몰리고 호르몬 분만이 왕성해지면서 진통시간이 단축된다. 수중 분만은 아기의 고통도 격감시킨다. 병원의 눈부신 인공조명 아래서 갑작스럽게 모태로부터 분리된 아기들을 깜짝 놀라 울음을 터뜨리지만 어둑한 방안에서 탯줄이 연결된 채로 엄마 품에 안긴 아기의 표정은 평온하기 그지 없다.

"출산 방법이 하나가 아니라는 데 충격을 받았다" 는 미혼여성에서부터 방송에 소개된 뮤지컬 스타 최정원씨 부부처럼 수중분만을 하고싶다는 예비부모에 이르기까지 PC통신에 올라온 시청자 반응도 뜨겁다.

연출자 박정훈PD는 "현행 분만문화는 산모. 아기보다는 의료진의 편의 중심" 이라고 비판하면서 "획일화된 병원 분만 대신 '부드러운 분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고 말한다.

오는 15.16일 밤10시50분 방송될 2.3부는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의 출산, 44세 고령 임산부의 자연 분만, 하반신이 없는 미국여성의 출산 등 한층 '기적같은' 출산이 소개된다. 하지만 제작진은 "이런 출산은 결코 기적이 아니다" 라고 단언한다. 너무 쉽게 낙태나 제왕절개를 택하는 우리의 출산풍토에 대한 경종의 메시지를 담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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