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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수익률 12.87% … 북미펀드에 봄바람 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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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해외 펀드에 미풍(美風)이 분다. 해외 펀드 시장은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지만 북미 펀드에는 꾸준히 돈이 들어오고 있다. 해외 펀드 중 원자재 펀드를 빼고는 자금이 유입되는 유일한 펀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18일까지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2조9042억원이었다. 부진한 성과에다 세제 혜택도 사라진 탓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순유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북미 펀드에는 슬글슬금 돈이 들어왔다. 펀드평가사인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북미펀드에는 올해 1728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개별 펀드로는 ‘삼성미국대표주식’(472억원)과 ‘AB미국그로스’(424억원), ‘피델리티미국’(368억원) 펀드 등이 조용히 돈을 끌어모았다.

 투자자가 북미 펀드로 눈을 돌리는 것은 미국의 경기 회복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주택 시장 등의 회복은 다소 더딘 편이지만 고용지표나 제조업 지수 등에서 전반전으로 회복세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기업의 실적도 순항 중이다. 인텔과 IBM 등 미국의 주요 기업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증시도 상승세다. 다우지수는 올해 5.11%, 최근 6개월간 11.73%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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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가 지수가 오름세를 타자 펀드 수익률도 날아올랐다. 북미 펀드의 6개월 평균수익률(12.87%)은 러시아 펀드(12.94%) 다음으로 높았다. 개별 펀드 중에서는 ‘신한BNPP봉쥬르미국’(14.8%)과 ‘슈로더미국중소형주’(14.24%)가 6개월간 다우 지수(11.73%) 상승률를 앞섰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빌빌대는 해외 주식형 펀드(-0.08%)와는 엄청난 차이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선진국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유럽은 남유럽 재정위기라는 불안 요소를 안고 있고, 일본은 대지진 등에 따른 부담 때문에 미국이 주목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국에 비해 미국 등 선진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것도 북미 펀드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2009년 이후 이머징 시장으로 몰려들었던 글로벌 자금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선진국으로 유턴했던 것도 비슷한 이유다. 동양종합금융증권 김후정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처를 재조정하는 과정에서 미국 등으로 자금이 유입되며 펀드 수익률이 개선되기도 했다”며 “최근에는 기관투자가도 북미 펀드에 투자한 듯하다”고 말했다.

 중국과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지역에 집중됐던 ‘펀드 편식’ 현상이 해소되면서 미국 펀드로 돈이 이동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움직임에 발맞춰 외국계 운용사를 중심으로 속속 미국 펀드가 출시됐다. 그동안 국내에 나온 미국 펀드는 구색 맞추기 성격이 강했지만 선진국 시장이 회복의 기지개를 켜자 다양한 투자 수익을 겨냥한 상품이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성장주와 가치주 70~100개에 분산 투자하는 ‘골드만삭스 미국주식’ 펀드를 선보였다. 하나 UBS자산운용은 미국의 저평가 대형주 30~55개에 투자하는 ‘하나 UBS미국포커스’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푸르덴셜자산운용의 ‘푸르덴셜미국스피드업1.5배’ 펀드는 S&P500지수의 일간 등락률에 1.5배 연동하도록 설계돼 상승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도록 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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