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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타협 파장] 노사'평화비용' 논란

중앙일보

입력

서울지하철공사 노사가 '밀레니엄 대타협' 을 이뤄냈다는 소식이 새 천년 첫날 전해지자 우리 사회의 반응은 뜨거웠다.

노사 대립과 갈등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지하철공사 노사가 새 천년을 맞아 화합과 상생(相生)의 시대로 전환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발표 당시 대타협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비용은 가려져 있었다. 노사 양측은 '노조위원장의 전향적 마인드' '사측의 인식 변화' 등에만 초점을 맞췄었다.

그러나 대타협의 비용이 밝혀지자 단일 공기업의 노사평화를 얻는 대가로 시민들이 1천억원을 부담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 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 과도한 '타협 비용' 〓서울시 예산담당 공무원들은 대타협에 소요되는 1천억원에 대해 "경영여건이 어려운 지하철공사가 감당하기에 터무니없이 큰 규모" 라며 혀를 내둘렀다.

시 기획예산실 관계자는 '노조 전문가' 로 알려진 김정국(金正國.현대중공업 사장 출신)사장의 노조 대응방식에 대해 "민간 기업처럼 돈으로 노조의 변신을 유도하려 한다면 누가 공기업 사장을 못하겠느냐" 고 꼬집었다.

지하철공사는 과도한 건설부채라는 문제가 걸려 있기는 하지만 출범 이후 지금까지 단 한번도 흑자를 내본 적이 없다.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전국 81개 지방공사.공단에 대한 경영평가 결과 서울지하철공사는 '부실'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서울시가 실시한 6개 지방공기업에 대한 경영평가에서도 꼴찌를 차지했다.

부채는 2조7천억원이며 1987년 이후 노사 충돌이 매년 반복됐고 지난해에는 8일간 파업이 진행되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노사평화를 위해 파격적인 투자가 불가피하다" 는 공사측의 논리가 시민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설지 의문이다.

◇ 파장〓지하철공사가 종업원들에게 12%의 일률 임금인상과 '자동승진' 을 보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나머지 공기업 노사가 술렁거리고 있다.

도시철도공사 노조 관계자는 "묵묵히 일해온 다른 공기업 소속원들은 대부분 지난해 임금을 동결했다" 며 "잦은 파업으로 시민을 불안하게 했던 기관이 엄청난 반대급부를 챙긴다면 우리도 파업 등 실력행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고 반발했다.

형평성 문제도 지적된다. 서울시는 지난해 6개 산하 공기업 경영진단을 하면서 경영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기로 원칙을 정했었다.

당시 1위(도시철도공사)와 6위(지하철공사)의 인센티브를 기본급 기준 각각 2백60%와 1백63%로 다르게 정했다.

그러나 지하철공사측이 이번에 특별격려금으로 기본급의 95%를 지급하기로 함에 따라 경영성과와는 무관하게 지급 액수가 동일해졌다. 2~5위를 차지한 도시개발공사 등 다른 공기업 노조가 "우리도 대우해달라" 고 반발할 빌미를 제공했다.

한편 행자부가 지난해 4월 공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예산편성권을 공기업 이사진에 위임한 조치도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기 동안 커다란 분규만 없으면 된다는 안이한 의식이 가시화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지하철공사측의 대응을 볼 때 4월 총선을 앞두고 공기업 노조들이 연대투쟁을 벌일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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