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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워크래프트 2: 배틀넷 에디션

중앙일보

입력

WARCRAFT 2: Battlenet Edition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의 지평을 연 게임이 웨스트우드사의 '듄 2'라면 기폭제 역할을 한 게임이 바로 블리자드사의 '워크래프트 2'이다. 과거 게임을 좋아한 사람이면 누구나 다 한번쯤은 해 봤을 이 고전명작이 배틀넷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안고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 배틀넷 에디션 판을 제작한다는 소문만으로도 많은 게이머들은 설레이는 마음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국내에서는 11월 출시되었지만 미국에는 이미 한참 전에 발매되어 워크래프트 래더 매치가 한창 진행중이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좀 더 살펴보자.

워크래프트 2: 배틀넷 에디션(이하 배틀넷 에디션)에서 달라진 점을 알아보기 전에 배틀넷 에디션이 나오게 된 배경과 제작사의 제작 동기를 먼저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이 점을 알아야 게임에 들어가서 바뀐 점과 바뀌지 않은 점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으며 전반적으로 배틀넷 에디션을 이해하기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블리자드사가 작년초 배틀넷 에디션에 대해 '고전 명작인 워크래프트 2를 지금 와서 다시 플레이하기에는 인터페이스가 너무 불편하다'라는 전제하에 배틀넷 에디션에 대한 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원작의 인터페이스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작업이 아니라 인터페이스만 약간 수정한 후 배틀넷에서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이에 대해서는 '우리는 워크래프트 2 자체의 성질을 변형시키지 않고 게이머들이 불편함이 없이 이제는 고전작품인 워크래프트의 옛 향수를 느끼며 배틀넷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기준에 의해 만들어진 워크래프트 2: 배틀넷 에디션을 말하자면 고전명작 워크래프트 2를 옛 추억을 더듬으며 즐길 수 있고 최근 인터페이스에 길들여진 게이머들이 그다지 큰 불편을 느끼지 않으며 배틀넷을 통한 멀티플레이를 즐기기에 충분한 작품이라는 생각과 역시 고전명작은 다시 해봐도 명작이라는 느낌이다.

먼저 워크래프트 2를 해보지 않은 게이머들을 위해 스토리와 인터페이스를 언급하기로 한다. 2편에서는 오크와의 첫 전쟁 이후 6년이 흐른 뒤의 세계를 그 무대로 한다. 오크족의 장군 블랙 핸드가 죽고 그의 수하에 있던 둠해머가 아제로스에 있는 오크족 군대의 최고 사령관이 된다. 혼란 속에서 아제로스에 흩어져 있는 많은 오크족의 싸움이 시작되나 마침내 오크림을 따르는 종족이 많아지고 힘을 합쳐 아제로스에 있는 배신자들을 숙정하고 전열을 가다듬는다. 한편 인간족의 최고 사령관인 로다 경은 군대를 이끌고 대양을 건너 로데론으로 이동, 드와브족 등을 규합하여 다시 한번 오크족과의 혈투에 대비한다. 인간족은 그레이트 포탈의 파괴를 목표로, 오크족은 로데론 함락을 목표로 치열한 전쟁을 벌인다. 이상이 워크래프트의 스토리 라인이다. 워크래프트 시리즈를 꼽으라면 역시 1보다 2를 꼽는 게이머들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웨스트우드 인터페이스와 블리자드 인터페이스가 갈라지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한 세계 게임사에 남을 작품이 바로 워크래프트 2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C&C 시리즈의 기본 인터페이스는 마우스 왼쪽 버튼으로 모든 일을 결정하고 오른쪽 버튼은 선택을 취소하는 역할만 했다. 하지만 워크래프트 2에서는 그리 활용도가 높지 않았던 오른족 버튼을 적극 활용하여 유니트에 대한 중요한 명령을 오른쪽 버튼 하나로 해결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2편에서 가장 두드러진 점은 클릭 앤 드래그 기능을 도입, 1에서 유니트를 여러개 선택하기 위해 키를 누르고 마우스를 드래그 해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해 빠른 유니트 컨트롤이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또한 다양한 단축키의 지원은 유니트가 여러 가지 행동을 빠르게 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워크래프트 2에서는 각종 마법의 등장과 그에 따른 단축키로 한 가지 유니트의 여러가지 행동이 가능해지므로 적은 수의 유니트로 다수의 적을 물리치는 전술이 가능해졌다. 이상이 필자가 기억하는 워크래프트 2의 스토리와 인터페이스 특징이다.

그럼 이제부터 배틀넷 에디션을 살펴보자. 워크래프트 2: 배틀넷 에디션에서는 랠리 포인트나 웨이포인트와 같은 인터페이스는 지원하지 않는다. 예약 생산이나 키를 이용한 연속명령도 지원하지 않는다. 하지만 플레이하는데 불편하다는 생각을 갖게되는 일은 거의 없다. 단순히 어택기능이 제대로 작동되는 것만으로도 인터페이스의 불편함을 거의 못 느낀다. 이 키 기능 하나만으로도 거의 완벽한 인터페이스를 지원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배틀넷 에디션에서 예약생산이나 랠리포인트 지원 등이 가능했다면 그것이 과연 워크래프트 2인가 의심했을 것이며 옛 향수는 거의 나지 않았을 것이다. 차라리 워크래프트 3를 기다렸다 이것을 했으면 했지... 추가적으로 부대를 숫자로 지정하는 기능과 더블클릭으로 동종 유니트를 선택하는 기능, 로 마지막으로 리포트된 곳을 이동하는 기능의 추가로 유니트 컨트롤이 훨씬 편리해졌다.

동영상을 살펴보면 원작의 동영상과 그렇게 바뀌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약간은 바뀐 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블리자드 로고는 스타크래프트에서 볼 수 있는 최신 버전으로 바뀌었다. 이어서 나오는 동영상은 그래픽이 바뀌었다. 동영상 전체를 싹 바꾼 것이 아니라 원작의 동영상 소스를 그래픽의 질만 높여 만든 듯한 느낌이다. 그래도 볼만은 하다. 배틀넷 에디션의 가장 큰 특징은 당연히 배틀넷의 지원이다. 실제로 배틀넷 에디션의 배틀넷 시스템은 스타크래프트의 배틀넷을 그대로 옮겨온 인상이다. 스타크래프트의 배틀넷 화면과 거의 동일하며 진행방법도 완전히 유사하다. 노멀 게임을 10승 이상 올려야 래더 게임을 할 수 있는 것도 같을 뿐만 아니라 카운트다운의 사운드도 똑같다. 이 점이 실망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고전 명작을 최근 배틀넷 시스템을 통해 본격적으로 멀티플레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만족하다. 3년전 필자는 워크래프트 2 멀티플레이를 해보기 위해 일부러 후배의 컴퓨터를 집으로 옮긴 후 선을 연결하여 게임을 즐기고자 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배틀넷이라는 연결체가 있으니 얼마나 플레이하기에 쾌적한 환경인가?

게임상으로는 바뀐 점이 다소 있다. 다음과 같은 점이 바뀌었으나 미처 알아보지 못한 점이 더 있으리라 생각하며 우선 확인된 10가지만 언급한다.
1. 멀티플레이에서 동맹과의 시양를 공유한다.
2. +숫자를 이용한 부대지정이 가능하다.
3. 를 누르고 이동 중 적을 만나면 자동으로 공격한다.
4. 패트롤 명령을 받은 유니트는 적과의 교전 후에도 지속적으로 패트롤 기능을 수행한다.
5. 타운홀이나 그레이트홀이 모든 건물을 짓기 위한 기본 건물이 된다. 더 이상 타운 홀 퍼스트라는 룰이 필요 없게 되었다.
6. 유니트 한계가 총 600이었던 점에 비해 한 플레이어당 200, 총 8명이 동시 접속 가능하므로 1,600의 유니트 생산이 가능하다.
7. 동맹군은 같은 편의 투명 유니트를 볼 수 있다.
8. 처음 짓는 타운홀은 거의 팜과 같은 속도로 지어지게 된다.
9. 게임 스피드 중 패스티스트와 슬로우스트가 추가되었다.
10. +클릭이나 더블클릭으로 동종의 유니트를 9마리까지 선택할 수 있다.

실제로 배틀넷 에디션은 워크래프트의 참맛을 깔끔하게 재생해 놨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인공지능의 개선되지 않은 점, 종족간 언밸런스 등 근본적인 문제점은 전혀 건드리지 않은 듯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배틀넷 에디션은 지금 큰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본인도 상당히 재미를 느끼고 있다. 그것은 고전 명작이 최신 배틀넷 시스템을 만나 부활했다는 기쁨과 신기함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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