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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기소 7건 무죄·무죄·무죄 … 순천지청-순천지원 감정싸움 번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전남 순천 일대에서 일어난 성폭력 사건들에 대해 줄줄이 무죄가 선고되면서 순천지원과 순천지청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17일 법원과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6~12월 순천지청이 성폭행 혐의 등으로 기소한 7건에 대해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무죄(일부 무죄 포함)가 선고됐다. 이 중 6건은 지난 2월 인사에서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긴 김성수(39·연수원 24기) 당시 부장판사가 맡아 처리했다. 그는 성폭력 사건을 전담하는 형사합의1부 재판장이었다.

 그러자 검찰은 “성폭력 피해자의 특성상 법정에서 논리적인 증언을 하기 어렵다는 점을 간과한 판결들”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11세 초등학생 여자 어린이 A양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56)씨 사건은 검찰 반발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사건에서 재판부는 피해 아동이 진술한 범행 일시에는 김씨의 집에 김씨 가족이 함께 있었던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재판부가 “피해자의 진술이 너무 구체적이어서 오히려 믿기 어렵고 동영상 음란물을 본 것을 직접 경험한 것처럼 꾸며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결문에 적시한 점이었다.

이에 대해 검찰은 “도대체 어린이의 진술에 대해 음란물을 보고 지어냈다고 판단한 근거가 뭔지 모르겠다”고 격하게 반발했다.

순천지청 관계자는 “A양 사건을 비롯해 7건 중 5건의 피해자가 어린이·가출 청소년·접대부로 공개된 장소에서 피해 내용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진술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이라며 “이런 특성을 무시한 채 무죄를 선고한 것은 권위주의적이고 반여성적 성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A양 사건은 현재 광주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순천지청은 지난 1월 무죄 판결이 난 사건들을 분석한 자체 보고서를 만들고 김 부장판사에게도 전화를 걸어 항의 표시를 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김 부장판사는 당시 검찰과 통화에서 “성폭력 관련 법률 해석이 통일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부장판사가 맡았던 6건의 무죄 사건 중 2건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이어졌다.

반면 1개 사건은 2심에서 유죄 판단으로 뒤집혀 확정됐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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