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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난 남해함대에 배치, 남중국해 패권 노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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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랴오닝성 다롄의 조선소에서 막바지 개조 작업이 진행 중인 중국의 첫 항공모함 스랑의 모습이 관영 신화통신 홈페이지에 최근 공개됐다. 신화통신

중국의 항공모함 보유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최근 북해함대의 모항인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에서 막바지 건조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항공모함 ‘스랑(施琅)’의 사진 20장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 항공모함 진수의 D데이는 중국 공산당 창건 90주년 기념일인 7월 1일이 유력하다. 역사적ㆍ지정학적으로 ‘대륙국가’로 분류되어 온 중국이 항공모함을 띄우는 것은 ‘해양국가’로 거듭남을 선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중국 군부가 바다에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전통적으로 육군 중심 체제였다. 군사전략가였던 마오쩌둥(毛澤東ㆍ모택동)의 ‘인민전쟁론’에 따른 것이다. 이는 적과 정면대결하지 않고 중국 대륙 깊숙한 곳까지 유인해 ‘인민의 바다’에 빠뜨린 뒤 보급 루트를 차단하고 적을 섬멸한다는 이론이다. 마오쩌둥 시절 해군의 임무는 연안 방어에 국한됐고 해군은 상대적으로 소홀한 대접을 받았다. 1949년 해군 창건 이후 30여 년 동안 육군 장성이 해군사령관에 임명될 정도였다. 마오는 1960년대에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지만 해군력 증강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덩샤오핑 측근 류화칭이 기초 마련
이러한 군사전략은 덩샤오핑(鄧小平ㆍ등소평) 시대인 1980년대 중반에 수정된다. 덩은 인민해방군의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육군을 100만 명 이상 줄이고 대신 해군과 공군을 강화했다. 특히 해군 전략을 바꿔 놓은 사람은 덩의 측근이던 류화칭(劉華淸ㆍ류화청·사진) 제독이다. 류는 해군사령관 출신으로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거쳐 정치국 상무위원까지 오른 실력자다.

그는 “우리나라에는 수백만㎢의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이 있다. 1만8000㎞의 해안선, 6500개의 섬도 있다. 중화민족의 생존, 발전은 바다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 조국의 해양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강력한 해군이 필요하다”고 주창했다. 지금 듣기엔 당연한 말이지만 당시엔 중국 군부에 없던 인식이었다. 류는 종래의 ‘연안 방어’ 대신 ‘근해 방어’ 전략을 도입했다. 그가 말한 ‘근해’란 중국 연안에 머무르지 않고 대만·오키나와·필리핀·일본 열도까지 확장된 해역이다. 더 나아가 “2020년까지 북태평양에 진출하고 2050년에는 전 세계 바다로 나아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잠수함 전력 강화에 주력했다. 중국은 현재 75척의 잠수함을 운용 중이다.


항공모함 보유도 ‘대양 해군’을 지향한 류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지난 1월 숨진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가운데 항공모함을 운용하지 않는 나라는 중국뿐”이라고 주장해왔다. 중국 군사력 전문가인 김태호 한림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은 85년 호주의 퇴역 항모 ‘멜버른’함을 고철로 사들여 광저우에 세워 두고 항공모함 관련 기술을 익혔다”며 “그때부터 항공모함 보유를 향해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고 말했다.

중국의 첫 항모가 될 스랑은 98년 우크라이나로부터 2000만 달러에 사들인 미완성 항공모함 바랴크(Varyag)를 개조한 것이다. 소련이 만들던 바랴크는 공정의 60∼70% 상태에서 냉전 종식과 함께 작업이 중단됐다. 중국은 선체만 완성된 배를 다롄의 조선소로 옮겨와 13년 동안 항해 장치와 무기 등을 설치했다. 이와 별도로 우한(武漢)의 711연구소에 콘크리트로 모형 항공모함을 설치해 놓고 승조원 교육 훈련을 해 왔다. 항공기 발착 훈련도 실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력 함재기로는 러시아와 도입 협상을 진행 중인 Su(수호이)-33기와 이를 모델로 독자 제작한 J-15가 검토되고 있다. 항모의 이름인 스랑은 청나라 때 대만을 점령한 장수의 이름에서 따 왔다. 스랑의 모항이 어디가 될지도 관심사다. 서방 군사전문지들은 하이난(海南)에 본부를 둔 남해함대에 배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남중국해의 통항 문제와 난사군도 영유권을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형이라 미국 전력과는 비교 안 돼
하지만 스랑은 90년대 초반의 구형 모델로 약점이 많다. 이 때문에 전투 전력보다는 훈련용으로 사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현역 해군 대령인 윤석준 외교안보연구원 겸임교수는 “스랑은 설계상 함재 용량 52대 가운데 절반은 헬기로 채워야 하기 때문에 전력 투사용으로는 부족하다”며 “또한 재질도 레이더에 민감한 중금속이어서 미사일 공격에 취약해 어떤 목적으로 운용할지 아직 불투명하다”고 했다. 스랑이 뜬다고 당장 미국 항공모함 전력에 맞먹는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 때문에 스랑보다는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 중에 있는 또 다른 항공모함의 향방을 주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상하이 인근 장싱다오(長興島)에서 건조 예정인 이 항모는 2016년께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전문지 제인스 디펜스 위클리는 “장싱다오에서 4∼6척의 항공모함을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나아가 10∼20년 안에 활동 반경이 훨씬 넓은 핵추진 항모를 건조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중국의 항공모함이 바다로 나오게 되면 동아시아 지역의 전력 판도에 커다란 변화를 불러일으킬 게 틀림없다. 만약 중국의 항모 전단이 서해를 휘젓고 다닐 경우엔 한반도의 안보 환경에 미칠 영향도 지대하다. 하지만 중국이 구축함, 보급함과 조기경보기 등의 호위전력을 갖추고 본격적인 항모 전단을 운영하기까지에는 아직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윤 대령은 “항공모함과 함재기 운용을 위한 전술을 개발하고 훈련하자면 배를 만드는 것보다 더 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아직 남아 있는 시간 동안 ‘해양국가’ 중국의 출현에 대비한 대응책을 단단히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예영준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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