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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필요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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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김용원
변호사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가 지난 3월 10일 내놓은 6인 소위 합의안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를 폐지하는 대신 특별수사청을 신설하고,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명문화하는 한편 검사의 명령에 대한 경찰의 복종의무를 폐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이귀남 법무부 장관은 4월 1일 국회 사개특위에서 “이제 더 이상 검찰에서는 고칠 게 없다”고 공언했다.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이 큰데도 검찰이 앞으로도 계속 국민 위에 군림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우리나라처럼 검찰이 일사불란하고도 강력한 조직을 가지고 수사권과 공소권을 독점할 뿐만 아니라 수사지휘권을 이용해 경찰을 통제하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 국가의 중요한 권한이 한곳에 쏠리면 심각한 폐단이 따른다는 것이 동서양을 막론한 역사적 경험이다. 따라서 수사권과 공소권을 분리해 각각 다른 국가기관에 귀속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이것은 경찰과 검찰의 힘겨루기 문제가 아니라 국가 권한 분배의 원칙에 관한 문제다. 경찰과 검찰은 각각 수사권과 공소권을 가지고 필요에 따라 상호 협력하거나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 어느 한쪽이 권한을 독점하거나 명령과 복종의 관계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선 검찰은 경찰에 비해 월등한 법률지식과 정의감으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서는 반면 경찰은 부패해 국민의 인권을 유린하기 쉽다는 도그마가 횡행했다. 따라서 검찰에 모든 권한을 부여해 경찰을 감독하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가 있었다. 이런 도그마가 지금도 타당한가. 검찰의 고위 간부들은 퇴직하기만 하면 변호사 사무실을 차려 전화 한 통을 이용해 단기간에 큰돈을 벌어들이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른바 전관예우라는 이름을 통해서다. 이런 사람들이 재직 중에는 자신들의 전문지식으로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데 앞장섰을까.

 이제 검찰의 전문지식은 경찰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다. 국회 사개특위는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회수해 경찰에 넘겨야 한다. 지금 당장 시행하는 게 어렵다면 당분간 검찰이 수사권과 공소권을 함께 갖도록 하되 경찰도 독자적인 수사권을 갖도록 해야 한다.

김용원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