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기자 김성룡의 사각사각] 그 많던 아이들은 어디 갔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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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시 삼산면 서도리 거문초등학교 서도분교. 1905년 전라남도에서 세 번째, 여수에서는 첫 번째로 문을 연 근대 교육기관으로 유서가 깊은 학교다. 여느 시골 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과 지금은 밑단만 남은 반공소년 이승복 동상, 책 읽는 소녀상이 학교 건물 앞에 나란히 서 있다.

 언제부턴가 지방 출장을 가면 꼭 오래된 초등학교를 들러 이런 동상들을 기록해 놓는 버릇이 생겼다. 같은 인물이지만 학교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게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학교를 한 바퀴 돌다 서쪽 공터에서 쌍봉낙타와 캥거루, 물개와 악어 동물상을 만났다. 그 옛날 학생 숫자가 많았던 시절 교육용으로 만들어졌던 것이라는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때 끼고 낡아 버린 동물상의 모습이 전교생 다 합쳐 봐야 13명이 고작인 학교의 운명과 묘하게 겹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아이들은 더 이상 운동장에서 뛰어놀지 않고 날카로웠던 악어의 이빨도 무뎌졌지만, 그들이 바라보던 남해만은 여전히 푸르게 빛나고 있었다. 

김성룡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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