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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53명 총출동 강재섭 … 조용히 1인 유세 손학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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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강재섭 한나라당 후보(오른쪽)가 14일 성남 정자역에서 나경원 최고위원과 함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54대 1의 싸움. 14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 보궐선거의 공식 유세 첫날의 모습은 대조적이었다.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의 첫 유세엔 나경원 최고위원을 비롯해 53명의 당 소속 국회의원이 나타났다. 반면 민주당 손학규 후보는 철저히 혼자 돌아다녔다. 손 후보를 응원하러 왔던 원혜영·강봉균 의원, 송영길 인천시장 등은 손 후보의 유세차량 건너편에 잠시 서 있다 돌아갔다.

 당초 한나라당은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를 지역일꾼을 뽑는 ‘작은 선거’라고 했었다. 그러나 이젠 ‘좌파 포퓰리즘과의 물러날 수 없는 큰 승부’라고 말하고 있다. 선거전략을 수정한 건 손 후보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날 낮 12시 정자역 광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강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제가 패하면 한나라당은 다 보따리 싸야 한다. 다음 정권도 넘겨줘야 한다”고 외쳤다.

 “지금 언론이 ‘빅매치, 빅매치’ 하는데 손학규 대표든, 철새든 누구든 다 붙어 주겠다. 좋다, 크게 붙자. 왕년에 대표 안 해 본 사람 있나. 지금 대한민국이 분당에 길을 묻고 있다. 뒤로 갈 거냐, 똑바로 갈 거냐를 묻는 ‘큰 선거’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국회에) 들어가면 박근혜 전 대표의 천막정신, 헝그리정신을 되살려 내겠다”고 했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이번 선거는 국회의원 한 명 뽑는 선거가 아니라 좌파 포퓰리즘 세력과 책임 있는 보수의 선거”라며 “분당이 무너지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강 후보를 공천하는 데 반대했던 홍준표 최고위원은 선글라스에 붉은 셔츠 차림으로 등장해 노래 두 곡을 불렀다. 그러곤 “ 노인정에 가서 얘기해 보니 ‘손학규’를 찍겠다고 하더라. 왜 손학규냐고 하니까 ‘한나라당 아니냐’고 하더라. (손 후보가) 우리 당에서 장관, 도지사 다 해먹고 가니 헷갈리는 것이다”며 손 후보를 공격했다. “(1998년 4월) 대구 달성 보궐선거에 박근혜 전 대표를 영입한 분이 강재섭이다. 손학규 후보는 떨어져도 대선 후보로 나갈 수 있으나 강재섭 후보는 떨어지면 집에 가야 한다”는 말도 했다.


당 차원의 지원을 사양하고 ‘나 홀로 유세’를 벌이고 있는 손학규 민주당 후보가 14일 성남시 구미동에 위치한 IT게임업체를 방문해 직접 게임을 해보고 있다. [김형수 기자]

 민주당 손 후보는 ‘경기도지사’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그는 이날 ‘유세용 마이크’를 한 번도 잡지 않았다. 대신 성남 분당을 지역에 있는 게임업체인 네오위즈와 NHN 본사를 방문하는 데 긴 시간을 할애했다. 경기도지사 시절 조성한 ‘분당 IT(정보기술) 밸리’의 업적을 부각하려는 행보였다. 그는 20~30대 직원들과 휴대전화로 ‘셀프카메라’를 찍고, 구내식당에서 식판을 들고 점심을 같이 먹으면서 ‘스킨십’을 강화했다. 네오위즈에선 직접 인터넷게임을 해 보면서 “여기서 내 실력이 ‘뽀록’(들통)나겠구먼. 얼마나 시대에 뒤처졌는지…”라고 말해 젊은이들을 웃게 만들었다.

 이날 손 후보의 선거운동원들은 구호에서 민주당을 뺀 “기호 2번 손학규”만 외쳤다. 현수막에도 ‘이대로 안 된다면 손(※손학규를 뜻함) 들어 주십시오. 변화가 필요하다면 손 잡아 주십시오’라는 말이 새겨져 있었다. 손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중산층 대표도시인 분당에서 대한민국 변화의 장정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가 성남 분당을 선거를 지원하겠다고 자청했으나 이 또한 고사했다. “좋은 일이지만 지금은 낮은 자세로 유권자들에게 진정성을 보여 줘야 한다”면서다. 기자들이 “한나라당은 네거티브 전략을 쓰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으나 대꾸를 하지 않았다.

 손 후보는 민주당 색깔을 지우고 ‘나 홀로 운동’을 했지만 86명의 소속 의원은 각기 10~20명 정도의 연고자 찾기 운동에 나섰다. 손 후보 캠프 사무실에는 ‘나는 사돈의 팔촌을 뒤져서라도 분당 연고자를 찾는다’ ‘숨은 유권자를 찾자’는 문구가 곳곳에 붙어 있었다.

글=민경원·이지상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前]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前] 한나라당 국회의원(제17대)

1948년

[現]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194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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