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1 지명’ 이세돌 이유있는 반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2면

한국기원 신임 양재호 총장이 ‘사과문’을 발표했다. KB한국바둑리그 선수 선발 과정이 잘못됐다는 이세돌 9단의 항의에 양 총장은 한국기원의 실수를 즉각 인정하고 2명의 담당 직원을 문책했다. 부동의 1인자 이세돌 과 한국바둑리그는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세돌 9단이 제기한 문제는 일견 사소하다. 드래프트에서 신안천일염 팀을 왜 추첨 없이 1번에 배정했느냐는 것이다(다른 팀은 모두 추첨 ). 표에서 보듯 1번 팀은 1지명을 가장 먼저 뽑을 수 있다. 그러나 2, 3지명과 자율지명까지 3명의 선수를 가장 나중에 뽑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 이세돌을 이미 확보한 신안 팀으로선 추첨 없는 1번 배정이 부당해 받아들일 수 없다. 그 내용이 이상훈(이세돌 9단의 친형) 감독의 항의로 한국기원에 전달됐고 양 총장은 즉각 사과했다. 그러나 이 문제는 간단 하지 않다.

 ‘이세돌’ 없는 신안 팀은 상상할 수 없다는 게 신안 쪽의 생각이다. 가난한 신안군이 지방자치단체로는 유일하게 한국리그 참가를 결정한 것은 이세돌이란 스타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9년 이세돌은 자신이 신안 팀에 배정되자 한국바둑리그를 보이콧했다. 선수 의사와 관계 없는 팀 배정, 그리고 한국리그 모든 선수가 실력의 고하를 떠나 비슷한 대우를 받는 것에 대한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그의 불참 선언은 한국리그 를 휘청거리게 했고 끝내 ‘이세돌 휴직 사태’로 까지 번졌다.

 이세돌은 복직과 함께 2010 한국리그에도 참가했다. 그때 신안군은 이세돌이 고향 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협조해 줄 것을 간절히 요청했다. 그러나 드래프트 시스템에선 1번을 뽑지 않고는 이세돌을 확보할 수 없다. 협의 끝에 결국 한국기원과 다른 팀들의 양해를 받아 신안은 추첨 없이 1번 자리를 확보했고 이세돌도 차지하게 된다.

규정에 따라 신안은 이세돌을 3년간 보유할 수 있다. 3년이면 내년까지인데 그렇다면 신안은 3년간 1번 자리에 고정 배치되는 것인가. 한국기원 담당 직원과 다른 팀들은 “이세돌을 차지한 이상 당연히 1번”이라 말하고 신안 팀에선 “3년간 고정은 들은 바 없다. 따라서 첫해만 1번이고 그 다음부터는 추첨해야 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당시 회의 내용을 기록하지 않아 누가 옳은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양 총장은 바로 이 같은 행정 착오와 그로 인해 초래된 혼선에 대해 사과했다.

 중국리그는 팀이 모든 선수를 자유로 뽑고 외국 기사도 마음대로 스카우트한다. 선수들의 대국료도 천차만별이다. 한국보다 훨씬 자본주의적 이다. 그 중국리그에서 판당 1만 달러에, 모든 경비 팀 부담이란 조건으로 활동했던 이세돌 9단은 48명 선수가 비슷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한국리그의 ‘평등주의’에 동의하지 못한다(한국리그는 랭킹 이내의 선수, 그리고 예선 통과자 중에서 선수를 뽑아야 하고 외국 기사는 안 된다. 실제 팀이 마음대로 뽑을 수 있는 선수는 자율지명 한 명뿐 ). 양 총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리그 전반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 [바둑] 기사 더 보기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한국기원 바둑기사

1983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