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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합니다] KAIST 교수도 뜯어말린 '엄친딸' 그녀의 선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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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수재들만 모인다는 KAIST. 한 여학생이 덜컥 휴학계를 냈다. 교수가 그녀를 연구실로 불렀다. "그 일을 꼭 해야겠니?" 교수는 학생을 붙들고 2시간 동안 설득했다. 그녀는 단호했다. 꼭 '그 일'이 하고 싶었다.

작년 여름 전국을 오디션 열풍으로 몰아넣었던 '슈퍼스타K 2'. 참가자들의 다양한 사연이 알려지며 시청자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 가운데 실력은 물론, 외모와 학벌까지 갖춰 '엄친딸'로 불리며 화제를 모은 이가 있다. 김소정(22)이다.

그녀는 KAIST 전산학과 4학년생이다. 오디션 프로에 참가하려 휴학했다. "교수님이 완고하게 말리셨죠. 그런데 어떡해요. 정말 하고 싶은데…." 큰 결심 후 참가한 오디션 프로의 도전자는 무려 134만명. 그녀는 상위 11명(TOP 11)에 등극했다. 그녀의 선택을 두고 '무모한 짓'이라며 호언했던 이들에게 멋지게 반기를 흔든 것이다. 그 후 1년이 흘렀다. 오는 9월 그녀는 복학한다. 가수의 꿈을 접나? 다 사연이 있으니 일단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노래와 춤으로 견딘 모범생의 길

가수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 때문이다. 부모님은 '네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뭐든지 찬성이야'라고 하셨지만 언제나 그 범주는 공부에 한해서였다. 음악을 하고 싶다고 처음 부모님께 말씀드렸던 날, 어머니는 말없이 울기만 하셨다. 오디션 프로에서 상위권에 들자 그제서야 부모님의 허락이 떨어졌다. 대신 조건이 붙었다. '공부했던 것 만큼 음악도 열심히 할 것.' 그녀에겐 맞춤형 조건이다. 학창시절 추억을 물었다. "그 땐 주어진 게 공부 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버텼는지 신기할 만큼 죽어라 공부했다." 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는 노래와 춤으로 풀었다. "쉬는 시간마다 친구들과 교실 뒷편에서 춤추고 노래했던 것이 학창시절 유일한 낙이었다"라고 말할 정도다.

◇"이상도 현실과 같이 갈 때 성공"

2008년 KAIST에 입학했다. 공부만큼은 날고 긴다는 학생들이 모인 이 곳에서 돌연 '가수'가 되겠다고 한 이유가 뭘까. 김씨는 "갈팡질팡하는 내 모습이 답답했다. '공부만이 내가 할 일'이라 생각하고 이 곳에 왔지만 가슴 한 켠 가수의 꿈이 지워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나간 오디션 프로였는데, 심사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김소정씨는 절박해 보이지 않아요. 어차피 여기서 떨어져도 돌아갈 곳이 있잖아요." 속상하고 답답했다. 벼랑 끝에 몰린 사람이어야 가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그들이 이상하기도 했다. 그녀는 "나도 정말 힘들게 선택한 결정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너무 서러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가수보다 공부로 성공하는 것이 더 나은 삶'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어떤 사람들은 공부를 계속 하는 것이 더 안정된 삶을 보장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조금 더 고생하고 조금 덜 벌더라도 내가 원하는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부모님의 꿈을 이뤄드리기 위한 복학

최근 잇따른 KAIST의 비극(자살) 소식에 그녀는 아쉬움이 앞선다. 김씨는 "나도 똑같은 입장의 학생이기 때문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본인도 너무 힘들어서 내린 결정이겠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멀리 내다봤다면'하는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한 학기만 마치면 졸업이다. 이후엔 가수의 영역에 또 뛰어들 생각이다. 오디션 멤버들 중 가장 늦게 소속사와 계약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동안 미팅한 회사들은 바로 데뷔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꿈이기도 한 학교를 접을 수는 없었다. 오랜만에 학교로 돌아가는 기분은 어떨까. 그녀는 "예전과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과제에 시달리고 친구들과 수다떨고…. 당분간 학교 생활에 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유혜은 기자 영상=김홍준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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