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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에드워즈 악몽’ … 공화당 대선 후보 검증에 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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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에드워즈(左), 롬니(右)

2012년 11월 실시되는 차기 미국 대통령선거를 약 20개월 앞두고 대선 후보들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4일(이하 현지시간) 민주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의 재선 도전 공식 선언에 이어 11일 공화당의 밋 롬니(Mitt Romney)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대선 준비위 구성을 발표하며 대권 레이스에 뛰어들었다. 민주당의 유일 후보인 현직 대통령에 도전하는 공화당의 메이저 후보 중 첫 스타트다. 이제 약간의 시차를 두고 다른 공화당 후보들의 출마 선언이 연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대권 레이스의 출발시점에는 미국 대선의 핵심 코드가 담겨 있다. 이른바 ‘돈과 검증의 선거학’이다. 미국 대선 승리에는 선거자금의 우위가 절대적이다. 2008년 대선 당시 오바마 후보는 7억4500만 달러(약 8100억원)를 모금해 공화당 존 매케인(John McCain) 후보를 두 배 이상 앞질렀다. 그래서 주요 접전 지역 유권자들은 TV에서 오바마를 멋지게 묘사한 광고만 봐야 했다. 이게 선거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선거자금을 모금하려면 대선 준비위를 구성해야 한다. 가장 먼저 이 절차를 마친 오바마는 14일 시카고, 21일 로스앤젤레스 등으로 본격적인 선거자금 모금작업에 나선다. 오바마 재선 캠프가 밝힌 목표 금액은 10억 달러(약 1조910억원)다.

 오바마가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은 것은 이미 미국 언론의 혹독한 검증 절차를 마치고 당선된 현직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집권 기간 중 정책 집행에 대한 논란을 제외하곤 새롭게 사적인 스캔들이 터지기 어렵다. 그래서 자금을 많이 모으는 데 집중할 수 있다. 2003년 5월 당시 재선을 노리던 조지 W 부시(George W Bush) 대통령도 여야 후보 중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현직 대통령과 맞서야 하는 야당 후보의 상황은 다르다. 일단 후보로 끝까지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 돈은 그 다음이다. 가장 먼저 치고 나갔다가 언론의 집중적인 검증 그물에 걸려 뜻하지 않은 상처를 입거나 낙마하는 사태가 두려운 것이다. 2008년 대선을 앞두고 존 에드워즈(John Edwards) 당시 상원의원은 2006년 12월 민주당에선 가장 먼저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오바마보다 6개월이나 빨랐다. 2007년 언론은 혼외정사설을 보도하는 등 에드워즈에 대한 혹독한 검증작업을 벌였다. 결국 그는 뒤늦게 시작한 오바마를 자금 모금에서도 한 번도 앞지르지 못한 채 중도하차했다.

 워싱턴 포스트(WP)는 선거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지금 야당인) 공화당의 경우 한 명이 먼저 뛰어들어 살아남는다 싶으면 곧바로 다른 후보들이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롬니가 공화당 후보 중 가장 먼저 나선 것도 2008년 대선에 참여해 당시 매케인에 이어 2위를 기록하며 상당 부분 이미 검증작업을 거쳤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많다. 기업 경영자 출신으로 모르몬 교도인 롬니는 11일 대선 참여 동영상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실물경제에 종사해 본 적이 없으며,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지 모른다”고 대립각을 세웠다.

 다른 공화당 후보들의 움직임도 눈에 띄기 시작했다. 티파티의 지원을 받으며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미셸 바크먼(Michele Bachmann·여) 하원의원은 11일 아이오와주를 방문해 “대통령이 되면 첫 번째 임기(4년)만 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팀 폴렌티(Tim Pawlenty) 전 미네소타 주지사는 이날 2008년 매케인 대선 캠프 등에 참여했던 선거 전략가들을 대거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워싱턴=김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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