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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기술' 10년내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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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전쟁'' 이 국가의 명운을 좌우하는 시대. 전장에서 처럼 기술도 기선을 제압하는 쪽이 절대 유리하다. 향후 10여년은 21세기의 승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기. 10대 ''기술 승부처'' 를 골라 그 각축의 현장을 지상 중계한다.

2010년내 실용화 가능한 10대 기술은 한국과학기술평가원과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최근 선정한 ''한국의 1백대 미래기술'' 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참고해 뽑았다.

◇ 휘발유 3리터로 1백㎞ 주행 자동차

독일.일본이 이 분야 최선두를 달리고 있다. 독일의 폭스바겐은 이미 1리터당 33㎞ 연비의 소형차를 개발한 상태. 일본도 도요타.미쯔비시.니산 등이 연합해 비슷한 연비의 차량을 시판중이다. 그러나 아직 고연비이면서도 값까지도 싼 자동차가 보편화되기 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전망.

''대우고등기술연구원 조남효박사는 "2005년께면 국내에서도 리터당 30㎞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차량이 등장할 것" 으로 예상했다.

높은 연비 달성을 위해 해결해야할 과제는 엔진성능향상과 차량 경량화. 이중 고연비 엔진은 2010년내 완전 국산화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기술 도입을 통해서라도 2009년께는 수출용 고연비 소형차가 국내 자동차업체에서도 생산될 것으로 점쳐진다. 한국업체가 공략 가능한 시장 규모가 국내외 합쳐 최소 1조원 규모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 실시간 국제 전자지불 시스템

급증하는 전자상거래의 필수수단. 그러나 카드 결제자의 신분 인증기능이 갖춰진 국제전자지불시스템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전자지불시스템은 운용.개발.관리에 따른 수수료가 5-20%대에 이르는 고부가가치 분야.

벤처기업에 적합한 분야로 무명의 국내외 기업들이 격전을 벌이고 있다. MSI코리아 추창우 대리는 "최근 국내에서 처음으로 국제전자지불시스템을 개발했다" 며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시스템의 국내외 판매에 나설 것" 이라고 말했다. 워낙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라 국내외 시장 예측 자체가 어렵다.

◇ 김치 장기 보존 기술

토종 기술이지만 일본이 호시탐탐 공략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분야. 김치는 상온에서는 3~4일만 넘겨도 신맛을 내는 등 보존이 가장 어려운 식품중 하나.

이 때문에 미국.동남아 등 원거리 수출에 장애가 되고 있다.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은 장차 통조림처럼 1년 이상 같은 맛을 유지하는 김치보존기술을 개발한다는 계획.

식품연의 구영조책임연구원은 "압력을 가해 탄산가스를 넣어주고 전기장을 걸어줌으로써 상온에서도 1개월 이상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이 머지않아 상용화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국내외 시장규모는 4천억원 안팎이지만 장기보존기술이 나온다면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도 있다.

◇ 촉매 집진 장치

쓰레기 소각시 배출되는 다이옥신.중금속.미세먼지 등을 제거하는 집진장치는 현재 일본의 기술이 크게 앞서가고 있는 상태. 국내의 경우도 거의 일본산 수입품을 쓰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박영옥 박사는 "촉매를 이용한 집진장치를 설치할 경우 오염물 배출치를 환경기준치의 10%이하로 줄일 수 있다" 며 "3년후쯤이면 시스템 개발을 끝낼 것" 이라고 말했다.

국내 시장을 휩쓸고 있는 일제의 경우 다이옥신.질소산화물.먼지 처리 설비가 따로 떨어져 있는 분리형. 에너지연구소측은 이들을 하나로 묶은 일체형 장비로 부피를 줄이고 생산단가를 기존 제품의 70% 정도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국내 시장규모는 최소 1천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 우주 로켓

미.러.중.유럽이 차지하고 있는 우주로켓 시장중 저궤도 위성발사 부문을 공략한다는 게 한국의 계획. 정부는 오는 2005년까지 국산 우주로켓을 개발하고 2010년께 상업용 우주 로켓 시장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항공우주연구소 채연석박사는 "우주 로켓 개발을 위한 기본 기술은 갖춘 상태" 라고 말했다. 한국이 목표로 하는 저궤도 위성(1t급 이하) 시장 규모는 2010년께 3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H-1로켓 실패로 고민하고 있는 일본과 달리 기당 가격이 1천5백만달러 이하인 중저가형으로 로켓 개발쪽으로 설계 개념을 잡아놨다.

◇ 유전자 치료

21세기 의료 시장을 가장 크게 잠식할 것으로 보이는 신의료기술분야다. 미국의 경우 이미 2백여 병원에서 5천여명이 넘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실험을 진행하는 중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서울병원 등 두세곳의 대형병원이 소규모 유전자치료 실험을 진행중이거나 할 계획. 이미 질병 관련 유전자나 유전자치료에 이용되는 운반체유전자(벡터) 중 상당수는 미국 주도로 특허가 난 상태다.

성균관의대 김덕경교수는 그러나 "생명공학분야는 기술적으로 선진국과 근접해 있다" 며 "벡터 효율 향상 등을 통해 시장 공략이 가능할 것" 으로 내다봤다. 실용화는 빠르면 내년쯤. 국내에서도 2005년께를 전후해 실용화가 가능한 수준의 기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세계 시장 규모는 1천억달러 안팎

◇ 고기능의 수첩 크기 컴퓨터

한두해전부터 미미하지만 손바닥 크기의 개인용컴퓨터가 국내외 시장에 공급되고 있다. 그러나 기능은 크게 제한돼 있어 개인정보 입력과 간단한 인터넷을 할 수 있는 정도.

하지만 내년 중반께는 인터넷을 통해 동작그림까지 볼 수 있는 수첩크기 컴퓨터가 나올 전망이다.
컴팩.카시오.HP등이 이 분야의 선두주자. 지난해 가을 수첩형 컴퓨터를 선보인 삼성전자는 내년 말쯤 이메일의 첨부화일까지도 받아볼 수 있는 고기능 제품 내놓을 계획이다.

시장규모는 국내의 경우 최고 2천5백억원, 세계 시장은 이보다 수십배 큰 것으로 추산된다.

◇ 프레온 대체 냉매

오존층 파괴를 일으키는 CFC(염화불화탄소) 냉매의 사용이 금지되는 추세여서 대체 냉매의 개발이 시급한 실정. 미국이 가장 앞섰지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 이미 95년 중반 대체 냉매를 개발한 후 시장이 무르익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KIST 정문조박사는 "대체 냉매의 수요가 연간 7천t에 이르는 2005년께 개발품을 상용화해 수지를 맞출 수 있다" 고 말했다. 국내시장은 연간 1천억원, 세계 시장은 이보다 30~40배 정도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프레온 대체 냉매는 지구온난화를 유발시켜 2010년께는 업그레이드된 제품이 나와야할 실정.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기술차가 크지 않으므로 꾸준한 개발이 시장 분점의 요체라는 견해

◇ C형 간염 백신

2000년대 초반 단일 의약품목으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분야. B형의 경우 현재 세계 시장 규모가 10억달러 선에 이르지만 C형 또한 이에 못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서구쪽은 C형간염 환자가 B형에 비해 절대적으로 많아 C형 백신이 개발만 됐다하면 개발자는 돈방석에 올라 앉을 수 있다.

녹십자 김경호 과장은 "C형 간염 바이러스의 경우 변이가 워낙 심해 백신 개발이 쉽지 않은 실정" 이라면서도 국내외 제약업체들이 강력한 개발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2010년께 백신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일본이 앞서있지만 국내도 총력개발에 나선다면 해볼 만 한 분야

◇ 기후 변동 예측 시스템

엘니뇨.라니냐 등으로 인한 기상이변이 보여주듯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와 이에따른 경제적 손실이 심각한 상태. 이 분야에서는 미국이 다른 나라를 월등히 앞서 여러 종류의 대기대순환(GCM) 소프트웨어 등을 개발해 놓았다.

이들 소프트웨어는 1개 도(道) 만한 지역을 1개 격자로 수개월전부터 기후 변화를 예측할 수 있는 수준. 기상연구소 오성남박사는 "GCM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나라 자체가 30개국에도 훨씬 못 미친다" 며 "2010년께는 국산 GCM도 나올 것" 이라고 전망했다.

선진국의 경우 이 분야 기술이 포화단계에 이르러 진보 속도가 더디기 때문에 향후 10년내에 수준차를 크게 좁힐 수 있다는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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