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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없이 딸 고려대 보내기 … 아빠표 ‘열공 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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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한희석(48·서울 종로구)씨는 독특한 지도법으로 딸(19)을 지난해 고려대 수시 논술우선선발 전형에 합격시켰다. 한씨의 딸은 초등학교 6학년 때 담임교사로부터 ‘학업에 부족한 면이 많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실직해 사교육을 시킬 형편이 되지 않았던 한씨는 딸이 중학생이 되자 ‘아빠표 교육방법’을 만들어 딸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게 했다며 그 비결을 설명했다.

 첫째, 선생님을 귀찮게 하도록 주문했다. 어느 날 아이의 교과서를 보니 깨끗했다. 그래서 반에서 1등 하는 친구의 교과서를 빌려오도록 했다. 예상대로 그 책에는 선생님 말씀을 기록한 붉은 글씨가 가득했다. 딸도 놀라는 눈치였다. 다음 날부터 수업시간에 선생님과 시선을 맞추게 했다. 선생님의 농담 까지도 책에 메모하게 했다. 집에 와 복습할 때 그런 내용을 보면 강의 내용이 잘 떠오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업 후 선생님을 쫓아가 모르는 것을 묻도록 한 것이다. 아이는 처음에는 쑥스럽다며 질문하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과목별 교사의 연락처를 알아내 학교로 전화를 걸었다. 아빠가 확인전화를 계속하자 아이는 결국 선생님들을 찾아가 질문을 했다. 물꼬가 트이자 아이는 적극적으로 변해 갔다.

 둘째, 신문과 도서관에서 빌린 책으로 논술을 해결했다. 아이 대신 입시에 필요한 도서를 빌리려고 아침 일찍부터 공공도서관에 줄을 섰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신문 칼럼은 최고의 논술 대비용 자료다. 소설 한 권도 될 수 있는 주제를 1000자 안팎으로 함축해 의미를 전달하고 대안까지 제시하니 ‘논술 교과서’가 따로 없다. 매일 칼럼을 오려 아이 책상 위에 올려 줬다. 귀가한 아이는 화장실에 칼럼을 갖고 가 읽었다. 식사 때 아이와 칼럼 이슈를 놓고 토론했다. 3년쯤 반복했더니 딸은 전문가 뺨치는 논리력을 보였다.

고2 때 교육청 주관 논술대회에 입상한 딸은 고2 기말고사에서 거머쥔 전교 1등을 고3 내내 놓치지 않았고 대학에 합격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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