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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세계 5대 강국 되는 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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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민동석
외교부 제2차관

지난 4일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창립총회 참석차 아랍에미리트(UAE)를 방문해 수도 아부다비에 인접한 마스다르(Masdar, 아랍어로 원천을 의미)시티를 방문했다. 사막에 건설 중인 마스다르시티는 도시 운영에 필요한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고 폐기물 발생 제로라는 혁신적인 목표 아래 건설 단계에서부터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등 미래도시의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마스다르시티에 둥지를 틀 재생에너지 분야 최초의 국제기구인 국제재생에너지기구의 창립총회가 149개국의 각료급 인사와 51개 옵서버 국가, 에너지 관련 국제기구 대표 등 약 12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대한 막을 열었다. 우리나라는 독일·미국·일본 등 재생에너지 강국들과 함께 창립 이사국(임기 2년)으로 선출됐다. 국제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우리 정부의 노력과 기여가 높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일본 원전 사고 이후 석유와 가스 등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로서 재생에너지가 더욱 주목받는 절묘한 시기에 열린 이번 회의에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재생에너지가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소시킴으로써 기후변화에 공동대처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국제재생에너지기구 창립총회 개최국인 UAE는 세계 3대 산유국이면서 천연가스 매장량도 세계 5위인 국가이며,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세계 2위인 에너지 다소비국이다. 앞으로도 50년 이상 화석연료 생산 강국인 UAE가 마스다르시티 건설과 국제재생에너지기구 사무국 유치, 그리고 브라카 원전 건설 등 미래 에너지를 선도하는 초일류 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UAE 정부는 포스트 오일 시대를 대비하고, 나아가 미래 에너지 혁명을 선도하려는 비전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칼리파 UAE 대통령의 이러한 비전은 기본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 비전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지난 3월 이명박 대통령의 UAE 방문을 계기로 UAE 정부와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GGGI) 간 협력을 확대하기로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탄소제로시티인 마스다르시티에 들어설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 지역사무소는 중동과 북부아프리카 지역 국가들의 녹색성장을 선도하게 될 것이다.

 한국과 UAE는 양국 정상 간의 돈독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전략적인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많은 분야에서 실질적인 협력관계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데, 앞으로는 국제재생에너지기구와 함께 삼각협력을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원전 건설 합의에 이어 녹색성장과 재생에너지 분야를 또 다른 실질적인 협력의 이정표로 만들어 나갈 것이다.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번 국제재생에너지기구 창립총회와 이사국 진출을 바탕으로 2015년까지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세계 5대 강국이 되도록 정부와 기업이 더욱 협력을 확대해야 할 것이다.

민동석 외교부 제2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