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남자배구 신치용 감독

중앙일보

입력

"폭탄주나 한잔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 '배구코트의 제갈공명' 신치용 남자배구 대표팀 감독.

29일 중국 상하이에서 끝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본선진출 티켓을 획득한 신감독은 "일본과 중국전을 치르면서 피가 마르는 것 같았다" 며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띠었다.

두주불사형의 소문난 주당이지만 지난 24일 상하이에 도착, 술 한모금 입에 대지 않았을 정도로 5회 연속 올림픽 진출이라는 '대사'를 앞둔 긴장감은 그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티켓을 꼭 따야 한다는 생각에 상하이에 도착해 밤잠도 제대로 못자고 소화불량까지 걸렸다" 는 신감독은 "그동안 훈련에 잘 따라준 선수들이 고맙다" 고 말했다.

한국이 중국과 일본을 손쉽게 꺾을 수 있었던 것은 신감독의 탁월한 용병술과 통솔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배구 관계자들은 평하고 있다.

신감독은 선수 기용이나 훈련에 편견이 없는 사람으로 정평이 나있다. 선수들의 그날 컨디션을 세밀히 체크해 기용한다.

또 평소 훈련 때 '적자생존 원칙' 을 철저히 지킨다. 정해진 훈련량을 채우지 않은 선수는 다음 훈련에 참가시키지 않는다. 훈련이 싫은 선수는 누구든 대표팀에서 나가도 좋다는 식이다.

"기량이 훌륭한 선수라고 해서 감독이 끌려가서는 조직력을 키울 수가 없어요. " 지난 5월 대표팀을 맡은 후 아시아 최고의 조직력을 갖춘 팀으로 만들어낸 비결이다.

"제가 뭐 한 게 있습니까. 선수들이 잘 뛰어줬지요. "그러나 승부사 기질은 어쩔 수 없는듯 "올림픽 본선에 오른 것으로 만족할 수 있겠습니까. 이왕 나간 김에 메달도 따야죠" 라며 또다른 승부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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