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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 로봇수술 해달라” … 환자 받고 보니 카자흐스탄 대통령 주치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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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이진우

지난달 26일 카자흐스탄에서 한 환자가 갑작스레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했다. 사전 문의나 예약도 없었다. 그는 전립선암 로봇수술을 받고 싶다고 했다.

 그는 놀랍게도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의 종신 주치의 오라즈 툭티바예프(66) 박사였다. 현지에서 큰 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유명한 재활의학 전문의다. 그는 각종 의학저널을 뒤져 미국과 유럽 등 의료 선진국들의 데이터를 찾던 중 세브란스병원의 로봇수술 성적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리고 동료 비뇨기과 의사의 조언을 구하고 세브란스병원에서 수술받은 지인의 경험을 듣고 나서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는 수술의사를 지정했다. 세브란스병원 비뇨기과 나군호(44) 교수였다. 나 교수는 국내에서 전립선암 로봇수술을 가장 많이 한 의사다. 2005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립선암 로봇수술을 성공한 이래 지금까지 1200여 건을 수술했다. 탁월한 손기술을 갖고 있다. 이런 명성이 카자흐스탄에서 환자를 불러들인 것이다.

 지난달 28일 나 교수팀은 3차원 입체영상과 로봇팔을 이용해 전립선 주변의 신경과 혈관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수술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오라즈 박사는 1주일 후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한 뒤 관광까지 하고 7일 출국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로봇수술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싱가포르·이탈리아·프랑스 등 세계 각국 의사들이 우리에게 돈을 내고 로봇수술을 배우러 온다. 지난달까지 150명이 넘게 세브란스를 찾았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로봇수술의 효과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필자도 수술을 하는 의사로서 비용이나 치료효과 등 여러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세계 의료계에서 높이 평가하는 우리의 의료기술을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폄하하는 것을 보면 답답함과 아쉬움을 느낀다.

이진우 의학전문 객원기자

이진우
- 연세대 의대 정형외과 교수
- 당뇨합병증으로 인한 족부·족관절 질환 전문
- 줄기세포치료 연구 주도

※중앙일보 j스페셜 ‘금요 헬스실버’는 현역 의사를 의학전문 객원기자로 위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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