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홈피에 조직원 사진 올린 얼빠진 조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기장청년회파’ 조직폭력배들이 부산의 한 해수욕장에서 단합대회를 하면서 찍은 사진.

미니 홈페이지를 여는 순간 조직폭력배들의 단합대회 사진 1000여 장이 펼쳐졌다. 경찰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 사진을 근거로 신원을 확인한 경찰은 폭력배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었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7일 아파트 건설현장에 찾아가 공사를 방해하거나 술집 업주를 위협해 술값을 내지 않는 행패를 부린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김모(23)씨 등 37명을 검거해 7명을 구속하고 나머지는 불구속 입건했다. 4명은 수배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09년 12월 ‘기장청년회파’라는 폭력단체를 만들었다. ‘잘해줄 때 잘하자’를 행동강령으로 정했다. 이 강령은 술집 업주 등을 협박할 때 주로 사용했다. 이들은 폭력단체 결성 이후 최근까지 부산시 금정구 일대 8개 주점에서 12차례나 술을 마신 뒤 총 1500만원어치의 술값을 내지 않는 등 행패를 부렸다. 경찰은 지난해 10월부터 행패를 부리는 폭력배들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처음에는 수사가 난항을 겪었다. 가담자가 많아 누군지 확인하기가 힘들었다. 일부 주점 주인은 보복이 두려워 오히려 경찰을 피했다. 그러다 스쳐 지나가듯 단서가 잡혔다. 폭력배들이 미니 홈페이지를 운영한다는 정보를 얻었다.

 경찰은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미니 홈페이지를 뒤졌다. 폭력배 41명이 개인별로 20∼30여 장씩 찍어 올린 1000여 장의 사진이 쏟아졌다. 주로 기장군의 한 고등학교 운동장과 일광해수욕장에서 문신을 드러낸 채 찍은 단합대회 사진들이 많았다. 경찰은 사진을 일일이 대조해 가담자 41명을 찾아냈다. 한 경찰은 “이렇게 어수룩한 조직폭력배들은 처음 봤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