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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에 바친 날것의 헌사”… 신경숙 소설에 박수 친 NYT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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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엄마를 부탁해』의 작가 신경숙

미국의 대표적 일간지 뉴욕타임스가 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공식 출간되는 신경숙(48)씨의 장편 『엄마를 부탁해』(영문판 ‘Please Look After Mom’)를 주목하고 있다. 작품에 대한 리뷰 기사를 잇따라 실었다. 지난달 31일자 문화면에 이어 3일자 북섹션에도 관련 기사를 실었다. 대단히 이례적인 관심이다.

 두 건의 기사는 모두 소설 내용을 충실하게 소개하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간간이 서평자의 평가를 집어넣었다. 3월 31일자 서평은 문학·영화평론을 하는 자넷 매슬린이 썼다. 영어 단어로 970자 가량이다.

 기사는 “『엄마를 부탁해』가 한국에서 100만부 넘게 팔려 마른 수건이 남아있지 않을 정도”라고 운을 뗐다. 이어 서울의 전철역에서 길을 잃은 여인 박소녀를, 나머지 가족들이 상실감 속에 회상하는 내용이라고 줄거리를 전한 뒤 소설 속 엄마 박소녀는 단순한 순교자(martyr)가 아니라고 썼다. 박소녀의 희생적인 행동을 상세하게 전하며 순교자 이상이라고 표현했다.

 리뷰는 “소설의 핵심은 결국 뉘우침”이라고 평가했다. “나머지 가족들이 엄마가 보물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눈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해 결국 그렁그렁해진다”는 것이다. “소설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경고의 힘이 (한국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작용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을 한 뒤 “소설 막바지 엄마를 성모 마리아에 비교함으로써 신씨가 그런 문제점을 미리 대비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리뷰는 “모성의 신성함이 서사적 장치로 얼마나 처절하게 활용될 수 있는지 과소평가하지 말자”며 “신씨는 결국 엄마 박소녀도 자신의 엄마에 대한 눈물겨운 사랑 때문에 고통 받도록 함으로써 처음에 명령처럼 들리던 소설 제목을 훨씬 강력한 다른 것, 즉 기도로 바꿨다”고 끝맺었다.

 3일자 북섹션 기사는 한 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서평자는 라디오방송 뉴스 라이터로도 활동하는 미실리 라오다. 그는 “번역자 김지영씨가 친근하게 번역한 신씨의 소설이 화자를 바꿔가며 슬픔의 혼란스러운 즉각성을 강력하게 전한다”고 평했다. 또 “소설은 감정을 쥐어짜기보다 절친한 사람 사이에도 생길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틈(invisible chasms)에 관심을 보인다”며 “사라진 여인은 과연 누구일일까? 모성에 바친 날것의 헌사에서, 엄마만이 그 답을 알 것”이라고 맺었다.

 『엄마를 부탁해』는 2008년 11월 출간돼 지금까지 국내에서 170만부 팔렸다. 미국에서만 초판 10만부를 찍었다. 서점들의 요청으로 이미 재판 인쇄에 들어갔다. 전세계 24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신씨는 이달 미국 7개 도시 홍보 투어를 떠난다. 다음 달에는 유럽 8개국을 돈다.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이영준씨는 “크노프라는 미국 최고의 문학 출판사에서 초판 10만부를 찍는다는 사실 자체가 한국문학사의 일대 사건”이라며 “뉴욕타임스가 한국 소설 소개 기사를 쓴 것도 1980년대 안정효, 2009년 황석영의 『오래된 정원』에 이어 세 번째”라고 말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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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

[現] 소설가

196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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