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선재센터 홀로 서기 안간힘

중앙일보

입력

대우그룹이 사실상 해체 상태가 되면서 어려움을 겪던 서울 사간동 아트선재센터가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대우재단이 지난해 7월 개관, 미술 각 분야를 고르게 주목하며 젊고 개성있는 작가 후원, 비주류문화 조명 등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운영해 독자적 영역을 구축한 미술관으로 평가받아온 이 곳은 대우사태 후 '문을 닫는다' 는 루머에 한동안 시달리기도 했다.

최근 한달간 아트선재가 모색해온 탈출구는 문예진흥원 미술회관의 위탁 운영. 전부터 대학로 외의 '제 2의 공간' 을 물색하다 2개월쯤 전 한국광고공사의 공익자금 10억원을 배정받게 된 문예진흥원과 접촉을 하게 됐던 것. 아트선재는 임대료를 받아 경영에 보탬이 되고 문예진흥원은 시설과 접근성이 좋은 전시공간을 얻게 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었다.

협상 내용은 일단 계약 기간은 1년으로 하며 4개월은 아트선재의 전시회를, 나머지 8개월은 문예진흥원의 기획전을 연다는 것. 여기에 기존 학예연구 인력을 받아들이고 '코리언 아메리칸' 전 등 내년에 잡혀있는 주요 전시를 그대로 여는데다 월 3천만원이 넘는 임대료도 보장돼 아트선재로서는 꽤 괜찮은 조건이었다.

그러나 거의 타결될 것으로 보였던 이 '빅 딜' 은 현재 '세금' 이라는 암초에 부딪혀 표류 중이다. 임대로 수익이 발생할 경우 그간 미술관으로서 누려온 세제 혜택이 취소돼 연간 3억원이 넘는 엄청난 세금을 물어야 하기 때문. 한 문예진흥원 관계자는 "어렵게 뿌리내린 미술관을 없애지 않으려는 것도 위탁 운영을 추진하는 한 이유인데 법의 적용이 지나치게 경직된 것 같다" 고 아쉬워했다.

고려 중인 두번째 카드는 후원자를 많이 확보해 재단 지원금 없이 독립 경영을 하는 것. 재단 자산이 거의 대우 주식이어서 더이상 예산 확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선정(35) 부관장은 "연간 1천만~2천만원 가량 지속적으로 후원하겠다는 이들이 몇명 나서고 있어 일단 희망적" 이라며 "1년에 10억원 정도 배정되던 과거에 비하면 '새발의 피' 이지만 기획전에 스폰서를 얻고 개인전은 기금 마련 파티를 여는 식으로 충당해 나갈 것을 검토하고 있다" 고 밝혔다.그는 성격만 맞는다면 공동 주최 형식으로 기업과 함께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덧붙였다.이미 내년 2월의 정서영전은 후원 파티를 마련해 1천5백만원을 작가에게 전달했으며 5월의 '코리언 아메리칸' 전은 미국 20여개 기업에서 25만 달러를 유치했다.공연 쪽은 관계자들을 모두 내보냈기 때문에 당장은 과거와 같은 '색깔있는' 소프트웨어를 자랑하는 복합문화공간의 역할을 하기엔 어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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