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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최고의 클러치 슈터 '레지 밀러'

중앙일보

입력

게임중 가장 긴급한 순간인 "클러치 타임" 하면 생각나는 스타들이 있다. 가장 처음 떠오르는 선수는 바로 마이클 조던일 것이다. 그는 대학교 1학년때부터 결승전 결승골을 터뜨렸으며 은퇴하는 순간까지도 마지막 슛과 함께 농구팬들을 감동시켰다. 매직 잔슨, 래리 버드, 찰스 바클리, 하킴 올라주원도 마찬가지였다. 뛰어난 리더십과 득점력, 리바운드, 어시스트등은 그들의 가치를 높여주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독들이 필요로 할 때면 언제나 그 역할을 맡아 충실히 이행해줘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는데 있다.

지금 소개할 선수도 그렇다. 바로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슈팅 가드 레지 밀러이다. "Miller Time"은 괜히 생긴말이 아니다.

"전 언제나 절 'crunch-time player'라 생각합니다. 더 많은 관심이 제게 쏠리지요. 그리고 좀 더 강렬해집니다." 밀러가 말했다.

많은 선수들이 그들을 지지해주는 팬들에 둘러 쌓인 홈구장에서 빛을 발휘한다. 그러나 원정경기에선 그렇지 않은 선수들이 더 많다.

많은 선수들이 연습,원정경기라는 스케쥴이 함께하는 82경기라는 빡빡한 일정으로 치뤄질 정규시즌 동안 빛을 낸다. 그러나 좀 더 많은 관심과 좀 더 치열한 분위기와 긴장속에서 치뤄지는 플레이오프에선 잠잠해지는 선수들이 많다.

그리고 실수가 허용되는 첫 47분동안 뛰어난 활약을 보이다가도 마지막 순간에 실수를 저질러 팀을 패배로 이끄는 선수들도 많다.

레지 밀러는 정반대이다. 물론 그는 홈구장에서도, 정규시즌에서도, 첫 47분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는 원정경기에서도, 플레이오프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다. 침착하기 보다는 특유의 경쟁 의식과 무대포 정신은 그를 빛나게 해준다.

"밀러는 경기가 막바지에 다다랐을때 감독들이 마지막 순간을 맡기고 싶어하는 선수중 한명입니다." 페이서스의 다니 월시 구단주가 말했다.

그는 팬들을 존중하면서도 원정 경기때는 앞좌석에 앉아 자신들을 씹어대는 관중들과의 말싸움을 즐긴다. 또한 게리 페이튼 못지 않은 "트래쉬 토크" 는 잔 스탁스나 마이클 조던등의 상대 선수가 "때려주고 싶은" 선수라고 말하게 할 정도로 잔인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경기가 끝나고 나면 그는 좋은 시민이 되며 상대방 선수들이나 팬들, 감독들에겐 "믿음직한 슈터"라는 찬사를 받는다. 얼란조 모닝,게리 페이튼등 경기중 심각할 정도의 거친 행동이나 말싸움을 벌이는 선수들과 다를 것없이 그도 치열한 경쟁의식을 갖고 경기에 임한다. 상대가 누구든 상관치 않는다.

그의 진가가 인정받기 시작한 것은, 특히 미국을 비롯한 세계 팬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뉴욕 닉스와의 플레이오프 떄였다. 그는 유난히 닉스전에선 빛을 발휘하는데 95년 플레이오프는 그러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장면은 90년대를 대표하는 한 장면이 되었다.

95년 동부지구 준결승 1차전서 밀러는 마지막 16.4 초동안 3점슛 2개를 포함해 8점을 득점,페이서스를 107-105로 승리로 이끌었다.

1994년 동부지구 결승전 5차전에선 4쿼터에서만 5개의 3점슛을 터뜨리는등 25점을 득점하며 총 39점을 기록, 인디애나를 94-86으로 승리로 이끌었다. 두번다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그리고 두번다 경기후 그는 유독 스파이크 리에게 신경질적이면서도 유머러스한 행동을 보이기도 했다.

95-96 시즌 밀러는 눈 부상으로 8경기를 결장해야 했다. 주황색 눈 보호대를 끼고 돌아왔던 96년 플레이오프 1라운드 5차전. 비록 팀은 애틀랜타 혹스에 패했지만 그는 4쿼터에서 16점을 득점하는등 29점을 득점하며 활약했다.

98년 동부지구 준결승 4차전에선 종료 5.9 초전 3점슛을 터뜨려 게임을 연장전으로 이끌었는데 당시 인디애나는 118-107로 닉스를 꺾었다. 밀러는 이때 총 38점을 터뜨렸으며 이때도 메디슨 스퀘어 가든의 앞좌석에서 떠들어대던 스파이크 리의 면전에서 그를 놀려댔다.

그의 활약은 시카고 불스전에서도 빛났다. 같은 해 동부지구 결승전 4차전서 그는 종료 0.00.7 초전 3점슛을 터뜨리며 시카고 불스를 좌절시켰다.

97-98 시즌은 인디애나 페이서스의 역사에 남을 만한 시즌이었다. 당시 정규 시즌, 플레이오프를 통틀어 밀러가 시도한 "클러치 -슛"은 총 14개. 그는 이중 12개를 성공시켰다.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됩니다. 모든 슛이나 모든 플레이를 성공시킬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신념이죠. 저의 장점은 그것입니다. 전 언제나 제가 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밀러가 말했다.

마이클 조던의 정규시즌 득점과 플레이오프 득점을 비교해보면 평균 1.9 점차가 난다. 물론 그의 플레이오프에서의 활약 역시 만만치 않게 '전설적'이다. 원조 "Mr.Clutc" 제리 웨스트는 평균 2.1 점. 얼빈 헤이즈는 1.0점. 월트 "Clyde" 프레이저는 1.8 점. 릭 베리는 1.6 점 등으로 플레이오프떄와 정규시즌때 별로 변함은 없다.

실제로 좀 더 나은 활약을 보인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플레이오프는 정규시즌과는 다르기 떄문이다. 7경기까지 치룰 수 있는 그 시리즈에서 상대방은 면밀히 관찰을 하고 지속적으로 따라 붙기 떄문이다. 그예로 윌트 쳄벌레인은 플레이오프땐 7.6 점이 떨어졌으며 오스카 라벗슨도 지속되는 더블팀과 함께 3.5 점이 떨어졌다.

레지 밀러의 경우 정규시즌때보다 무려 3.3 득점이나 더 높은 득점을 기록한다.

"전 선수들을 스카웃 할때 (트레이드, 드래프트등) 다른 팀들과는 달리 한가지를 중점으로 봅니다. 바로 플레이오프때의 움직임입니다." 다니 월시 회장이 말했다. "많은 선수들이 플레이오프땐 계속되는 더블팀과 스케쥴로 인해 기록이 하락합니다. 하지만 레지는 다릅니다. 그것이 바로 레지의 훌륭함을 증명해주죠."

오늘 크리스마스전에서 밀러는 26점을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래리 버드의 감독으로서의 마지막 시즌. "Miller Time"이 무언가를 해낼 수 있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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