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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267) 18대 국회의원 모임 대해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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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4면

정치인들은 뭉치길 좋아합니다. 혼자보다는 여럿의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리기 때문이겠죠. 그러다 보니 국회나 정당 안에는 ‘별의 별’ 모임들이 있습니다. 서로 친목을 다지면서, 정치적 목적을 관철하는 데 활용합니다. 이런 모임들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면 각 후보의 자장(磁場)에 빨려들어가기도 합니다. 국회의원 총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있는 ‘정치의 해’ 2012년을 앞두고 거미줄처럼 얽힌 정치인들의 각종 모임을 해부해 봤습니다.

백일현 기자

한나라당

‘국민통합포럼’과 ‘함께 내일로’는 친이계 라이벌?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가 지난해 12월 17일 한나라당 의원 모임인 ‘국민통합포럼’ 주최 토론회에서 한미 FTA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포럼 회장인 한나라당 이병석 의원, 오른쪽은 장광근 의원. [중앙포토]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의원 수가 171명에 달합니다. 그만큼 모임도 많습니다. 당내 최대 의원 모임은 ‘국민통합포럼’입니다. 2008년 7월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겠다’며 출범한 이래 의원 97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계보로는 ‘친이계’(친이명박 대통령계)로 분류되죠.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초대 회장입니다. 최근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도 이 모임에 가입했습니다.

친이계 모임은 또 있습니다. ‘함께 내일로’라는 모임도 회원 수가 70명에 달합니다. 이 모임은 이재오 특임장관과 가까운 인사들이 중심입니다. 2008년 ‘국민통합포럼’ 발족 이틀 전 창립 총회를 가졌습니다. 그래서 당시 ‘친이계 간 모임 경쟁’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지요.

두 모임의 묘한 ‘경쟁 구도’는 5월에 있을 한나라당 원내대표 선거에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국민통합포럼’의 회장 이병석 의원, ‘함께 내일로’의 회장 안경률 의원이 일제히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입니다. 두 모임은 ‘통합’과 ‘함께’라는 단어가 들어 있지만 지금은 ‘따로’ 가는 셈이죠.

친이·친박은 ‘공부 모임’으로 섞여

지난달 8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진보개혁모임 창립대회에는 손학규 대표(가운데)와 박지원 원내대표(오른쪽), 김근태 상임고문(왼쪽)이 참석했다. [중앙포토]



의원들은 ‘공부 모임’도 많이 만듭니다. ‘아레테(arete) 포럼’이 대표적이죠. 아레테는 그리스어로 ‘탁월함’이란 뜻입니다. 2008년 정두언 의원 등 친이계 12명이 시작했는데 요새는 회원이 27명으로 늘었습니다. 매월 격주 목요일 인문학을 공부합니다. 친이계 모임에 2010년 1월 친박근혜계로 분류되던 김무성 원내대표와 성윤환 의원이 가입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엔 김형오 전 국회의장까지 들어와 공부 열기가 더 뜨거워졌다고 합니다.

친박근혜계 의원들도 공부 모임을 만들어 뭉칩니다. 각각 의원 50명과 21명이 활동하는 ‘선진사회연구포럼’과 ‘여의포럼’이 대표적입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측근인 유정복 의원과 유기준 의원이 각각 주도해 2008년 만들어졌습니다. ‘선진사회연구포럼’은 유정복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 간 이후 이경재 의원이 공동대표 격으로 활동하고 있고, 박 전 대표의 비서실장 격인 이학재 의원이 간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3월 15일에는 ‘보수주의의 형성과 변용’에 대해 공부했다고 합니다. ‘여의포럼’은 최근 구제역과 공천제도 등에 대해 공부했답니다. 이 모임에서 활동하는 친이계 의원도 있는데, 정두언 의원이 지난해 8월 다른 회원의 추천으로 가입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매월 20일에 모이는 ‘이공’ 모임

중도파 의원들의 ‘통합과 실용’, 초선 의원들의 ‘민본 21’도 있습니다. ‘통합과 실용’(간사 김기현 의원)은 회원 10명 중 5명이 당 지도부(정두언·나경원·원희룡)와 장관(진수희)·청와대 정무수석(정진석) 등으로 진출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모임이 뜸해진 상태입니다. ‘민본21’은 2008년 9월 출범 이래 초선 의원 12명이 활동하면서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수차례 쇄신을 요구해 주목을 받았지요. 16대 ‘미래연대’와 17대 ‘수요모임’ 등 한나라당 개혁 모임의 전통을 이었다는 평입니다.



전공이나 출신 지역·국회의원 당선 횟수도 모임의 명분이 됩니다. 대표적인 곳이 한나라당 이공계 출신 의원으로 구성된 ‘이공(理工)’ 모임입니다. 모이는 날도 매달 ‘20일’입니다. 이학·공학·의학·약학을 전공한 의원들이 합심해 만들었는데 친박계인 서상기 의원(서울대 공대 졸)이 회장입니다. 2008년 11월 만들어진 이 모임에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박근혜 전 대표가 가입했습니다. 박 전 대표가 지난해 1월 자신의 삼성동 자택에 회원들을 초대한 이후 회원 수가 21명으로 늘었답니다.

당선 횟수에 따른 모임으론 초선들의 ‘선진과 통합’, 재선 의원들이 목요일에 모이는 ‘재목회’ 등이 있습니다.

민주당

‘야당 내 야당’이 자주 만들어지는 이유

제1야당으로 소속 의원이 85명인 민주당에는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을 계승하겠다는 ‘구민주계’와 ‘친노계’뿐 아니라 재야파,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 등이 주요 계보의 뿌리입니다. ‘구민주계’ 의원들은 박상천 전 대표가 주축인 ‘신송회’를 통해 모이고, 친노 세력들은 ‘청정회’(참여정부 청와대 출신 정치인 모임) 등을 통해 뭉칩니다. 한나라당과 다른 점은 ‘민주’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모임이 역대로 많다는 점입니다.

2008년 9월에는 ‘민주연대’가 만들어졌는데 당시 김근태 전 의원의 민주평화연대와 천정배 의원의 민생정치모임, 정동영 의원 계열 등 전·현직 의원 50여 명이 당시 정세균 대표에 맞서 세력화를 시도했습니다. 2010년 7월에도 집행위원만 51명에 달하는 반(反)정세균 인사들의 모임인 ‘민주희망 쇄신연대’가 출범했지요.

요즘에는 ‘진보’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3월 8일 창립 대회를 열고 출범한 ‘진보개혁모임’이 대표적입니다. 김근태·한명숙 당 상임고문과 문희상 의원 등 3명이 공동대표를 맡았습니다. 민주당 현역 의원 25명과 전직 의원 등 106명이 회원이라네요.

민주당에선 ‘당내 야당’ 역할을 자임하며 당 지도부의 쇄신을 주장하는 모임이 자주 만들어지는 셈입니다. 이런 모임을 통해 당직을 맡지 못한 ‘비주류’들이 목소리를 키우는 것이죠.

민주당 486은 ‘삼수회’ … 50대는 ‘10인회’

486세대는 민주당의 주축입니다. 민주당 내 486세대를 대표하는 그룹이 ‘삼수회’입니다. 회원들이 ‘삼수생’ 출신이라 삼수회는 아닙니다. 매주 셋째 주 수요일에 모인다고 해서 삼수회죠. 삼수회 핵심 멤버는 연세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우상호 전 대변인, 전대협 의장 출신의 임종석 전 의원 등입니다. 당의 세대 교체를 표방하며 독자 세력화에 나선 상태입니다.

삼수회는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인영 최고위원이 당 지도부에 들어갈 수 있도록 세대별 지지세력을 조직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지명직 최고위원에 발탁된 김영춘 전 의원도 삼수회의 일원입니다. ‘삼수회’ 주축 멤버들은 최근 회원을 더 모아서 ‘진보행동’이란 모임도 만들었습니다.

민주당 ‘중도실용파’들도 뭉쳤습니다. 경제부총리와 재경부 등 장·차관을 지낸 관료 출신들 12명이 모인 ‘민주정책포럼’이 그렇습니다. 이들은 당의 무상복지 정책이 “자칫 급진정당 식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정책 검증에 적극 나서기로 했습니다.

친목 모임으로는 ‘4말5초’(40대 후반, 50대 초반) 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10인회’가 있습니다. 이 모임 소속 회원 8명은 2009년 국회 회기 중 태국으로 골프여행을 갔다는 논란에 휩싸여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기도 했습니다.

“물밑 대화 해보자” 목욕당 의기투합 … 지난 연말 난투극 소동도

지난해 연말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면서 ‘목욕당’소속인 민주당 강기정 의원과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이 난투극을 벌였다. [뉴시스]

여야를 아우르는 여러 모임 중에서 유명한 것이 ‘목욕당(沐浴黨)’입니다. 국회 목욕탕에서 자주 만나는 여야 의원들이 “물밑 대화의 창구 역할을 맡으면서 정치를 부드럽게 해보자”고 의기투합해 만들어졌지요. 2009년 4월 한나라당, 민주당, 창조한국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현 미래희망연대) 의원 47명이 참여했습니다.

당시 공동대표는 한나라당 안상수 의원과 민주당 최인기 의원이 맡았습니다. 목욕당은 여야를 아우르는 ‘당직 인선’까지 공식적으로 발표했습니다. 인선 내용은 이렇습니다.

‘수압조절 위원장’ 한나라당 정몽준 의원, ‘적정온도 유지 위원장’ 민주당 원혜영 의원, ‘냉온탕 수위조절 위원장’ 한나라당 진영 의원, ‘냉온탕 교류위원장’ 민주당 박병석 의원, ‘대량살상무기 탕내 반입 저지위원장’ 민주당 문학진 의원, ‘수면실장’ 민주당 신학용 의원, ‘수질검사위원장’ 민주당 강기정 의원, ‘여탕 친선 교류협의회장’ 한나라당 김성회 의원….

이 중 강기정 수질검사위원장과 김성회 여탕 친선 교류협의회장은 지난 연말 한나라당이 예산안을 단독 처리하는 과정에서 난투극을 벌였습니다. 잠시 같은 목욕당원임을 잊은 것이지요. 두 사람은 3월 7일 마포의 고깃집에서 화해의 ‘러브샷’을 나눴습니다. 고깃집 회동은 바로 목욕당 정기 모임이었습니다.

‘수압조절 위원장’ ‘적정 온도유지 위원장’ ‘냉온탕 수위조절 위원장’ 같은 당직자들이 제 기능만 해도 정치가 훨씬 부드러워질 것 같습니다.

최근엔 여야가 함께 하는 '국회 바로세우기 모임'도 출범했습니다. 국회에서 의원들의 폭력 사용을 없애자는 모임입니다. 한나라당 황우여·남경필·홍정욱 의원과 민주당 박상천·원혜영·정장선·우제창 의원 등이 뭉쳤습니다. 이들은 '필리버스터(filibuster·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와 '직권상정 제한'을 대안으로 제시했는데, 이들의 활동이 결실을 맺길 기대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이 밖에도 여야 의원들은 출신 대학에 따라, 같은 성씨를 가졌다는 이유 등으로 당의 구분을 넘어 자주 만납니다. ‘서강 여의포럼’은 서강대 출신 의원과 보좌관들의 모임인데 서강대 교수 출신인 손학규 민주당 대표와 서강대 출신인 박근혜 전 대표가 종종 모임을 찾는 통에 회원들은 2012년 대선 때 누구를 밀지 고민이라는 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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