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탐구로 상 받고 과학고 합격했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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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식목일이다. 누구나 잠깐이라도 나무나 풀 같은 식물에 관심을 가지는 날이다. 하지만 바쁜 생활 속에서 이내 식물에 대한 관심에서 멀어지곤 한다. 그런데 남들이 지나치기 쉬운 식물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학업과 연계해 성과를 거둔 학생들이 있다. 이들은 “식물연구가 학업성과를 올린 일등공신”이라고 말한다.

식물과 의학 연계해 논문 작성

 김승애(서울 하나고 2)양은 지난해 완성한 한편의 논문으로 교내·외에서 각종 상을 휩쓸었다. 교내의 ‘하나 학술제’에서 우수상을, 서울시가 주최한 제25회 서울학생탐구발표대회에서는 학교 대표로 출전해 장려상을 탔다. 올해 열린 제22회 한국분자세포생물학회 동계학술대회에서 논문 내용이 초록으로 등재되기도 했다. 김양의 논문 제목은 ‘녹즙과 엽록소의 뇌암세포에 대한 항암효과 연구’다. 20쪽의 보고서와 함께 그간 찾아본 조사자료만 해도 스크랩북 한 권을 꽉 채울 정도다.

 식물과 의학을 융합한 논문의 주제는 일상 속에서 잡아냈다. 김양은 “의학적으로 불치 판정을 받은 단계의 암을 녹즙 등 민간요법으로 완치했다는 보고서를 봤다”며 “녹즙이 정말 암세포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과학적으로 관찰해보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준비 기간만 4개월이 넘게 걸렸다. 서울대학교병원 임상의학연구소에서 인턴십을 하면서 실험기법을 배웠다. 대학교수를 찾아가 녹즙과 엽록소 실험 진행에 대한 지도를 받았다. 집안은 페트병 화분과 수경 재배하는 식물로 가득 찼다. 이렇게 몇개월 동안 준비한 끝에 녹즙과 주요 구성성분인 엽록소가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한다는 결과를 얻어낼 수 있었다.

친구와 함께 식물보고서 작성

 이준복(16)군은 올해 영재학교인 경기과학고에 친구 김규순(16)군과 함께 합격했다. 함께 연구한 식물프로젝트 보고서가 경기과학고 입시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군은 “겨울에도 상록수의 잎이 얼지 않는 이유가 궁금했다”며 “뜻이 같은 규순이와 함께 ‘상록수의 잎은 왜 얼지 않을까’라는 주제로 공동연구를 진행했다”고말했다. 두 학생은 자료수집과 실험, 보고서작성과 같은 모든 업무를 함께 상의했다.

 초기의 아이디어를 완성된 형태의 보고서로 만드는데 어려운 점도 많았다. 연구 방법을 설정하는 것부터 실험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까지 모두 녹록치 않았다. 평소 다니던 학원의 실험기구를 사용해 방과후 마다 실험을 반복하는 날들이 계속됐다. 이군은 “잎이 얼지 않는 이유는 ‘상록수가 스스로 어는점을 내리기 때문’이라고 가설을 세웠다”며 “상록수 잎에서 어는 점을 내리는 포도당을 뽑아내 가설을 검증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완성한 보고서는 두 학생이 함께 팀프로젝트로 명기해 영재학교 입시에 포트폴리오로 제출했다. 이군은 “식물연구는 장시간 꾸준히 지속해야 하기 때문에 끈기가 필요하지만, 연구하다 보면 새로운 발견에 배우는 점이 많다”며 “보고서를 준비하면서 얻은 지식과 노하우가 고교 입시 뿐 아니라 현재 학교 공부를 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식물연계 학습은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집에서 식물을 키워보면 어려운 생물 이론을 눈으로 직접 관찰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어 유용하다. 중학교 1학년부터 어려운 식물 이론이 등장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광합성과 증산작용과 같은 원리도 쉽게 익힐 수 있다. 물을 담은 유리컵에서 양파를 키운 뒤, 증발한 물의 양을 잎의 증산작용과 연계해 계산해보는 식이다. C&I 중등와이즈만 서준한 생물 연구원은 “1년간 기간을 두고 매일 식물의 성장모습을 관찰일지로 정리하거나, 구체적인 주제를 정해 단기간 동안 작성하는 보고서를 여러 개 만들어보라”고 말했다. 이어 “실험대상인 식물과 대조할 수 있는 기준식물을 함께 관찰해 정리하면 보고서의 신뢰도가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 식물학습, 이렇게 해보세요

1. 집에서 구할 수 있는 알뿌리식물을 키워보세요.
2. 1년간 식물의 변화를 관찰하는 일지를 써보세요.
3. 빛의 세기·물의 양등 식물에 다양한 변화를 줘보세요.
4. 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내용을 직접 실험해보세요.
5. 다양한 주제의 단기 실험 보고서를 만들어보세요.
6. 궁금증과 연결해 독창적인 논문을 완성해보세요.

[사진설명] 김승애양은 “식물과 의학을 융합해 연구하는 작업이 즐거웠다”며 “앞으로도 식물과 관련된 연구를 꾸준히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ichthys@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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