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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de Shot] 여기는 책세상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12호 18면

높고 기다란 벽에 책이 가득하다. 높이 6m, 길이는 무려 20m나 되는 책꽂이에 1만2000권의 책을 쌓아 올렸다. 경기도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에 있는 북하우스의 북카페 포레스타 풍경이다.
특별히 제작한 책꽂이에는 한길사에서 1980년대 중반 이후 낸 책들이 망라돼 있다. 최근 20여 년간의 한국 출판·인쇄 수준을 보여 주는 공간이기도 하다. 요즘의 출판 경향은 다소 묵직한 내용의 책도 화려한 색상으로 포장하고 사진을 과감하게 사용한다.

리영희 저작집을 나란히 세워 놓으면 사진가 배병우의 안개 자욱한 경주 삼릉 소나무 숲 사진이 완성된다. 함석헌 전집의 표지는 김중만의 꽃 접사 사진을 대담하게 사용했다. 구본창의 몽환적인 조선백자 사진, 황헌만과 이갑철의 사진도 책 표지를 장식한다.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인류의 역사를 쓴 인물들의 얼굴도 보인다. 아리스토텔레스와 플라톤, 카이사르, 공자와 맹자, 바흐와 베토벤, 히틀러까지…. 책은 대표적인 소프트웨어이지만 가장 아름다운 장식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처음엔 분위기에 압도당할 수도 있다. 거대한 책더미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고 카메라를 꺼내 멀리서 셔터만 누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금세 책의 ‘숲’에서 편안히 휴식한다. 나들이 나온 일가족은 책장을 넘기며 다리쉼을 하고 혼자 온 사람도 책을 등지고 앉아 독서 삼매경에 빠진다.

이렇게 스케일 큰 공간을 만들어 낸 이는 김언호 한길사 사장이다. “책의 세례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요. 규모와 질에서 높은 수준의 북카페로 꾸며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온라인 문명을 만끽하려면 오프라인이 더욱더 중시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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