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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측근 줄줄이 망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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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무아마르 카다피(Muammar Qaddafi) 리비아 최고지도자의 측근 이탈이 가속화돼 정권의 내부 붕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알자지라 방송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카다피의 측근 다수가 리비아를 등지고 튀니지로 떠났다고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탈자는 국영석유회사 쇼크리 가넴 대표와 국민회의의 압둘 카심 알즈와이 의장, 해외정보기관장인 아부제이드 도르다, 유럽연합 담당 외교관 압델라티 알오바이디 등이다. 그러나 가넴 대표는 로이터 통신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탈설을 부인했다.

 이와 함께 이날 유엔 주재 리비아 대사로 임명된 알리 압델 살람 알트레키 전 외무장관도 카다피에 반기를 들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그는 이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카다피 체제에서는 더 이상 대사직뿐 아니라 어떠한 관직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총회 의장을 지냈던 알트레키 전 장관은 시민군 쪽에 합류한 무함마드 샬감 전 유엔 주재 대사의 후임으로 임명됐지만 미국 측의 입국 거부로 그동안 이집트 카이로에 머물러 왔다. 앞서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에는 카다피의 ‘오른팔’로 통하던 무사 쿠사 외무장관이 영국으로 망명해 파장이 일었다.

 이 같은 이탈 움직임에 대해 연합군 측은 카다피 정권 붕괴의 신호로 해석하며 환영했다.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토미 비터 대변인은 쿠사의 이탈에 대해 “카다피 정권에 일격”이라며 “쿠사는 카다피의 심리상태와 군사작전 계획 등 중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도 “(측근 이탈은) 카다피 정권의 중심부에서 부패와 불신이 커져 스스로 붕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런던에 있는 리비아 역사학자 파라즈 나젬은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카다피 쪽에 남아 있는 동맹 부족들도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카다피에게서 등을 돌리고 카다피를 끌어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동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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