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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B형간염 걸렸다면 최소 6개월마다 병원 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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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간 이야기

홍익병원 소화기
주형준 센터장

간은 흔히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상당 부분이 손상될 때까지도 특별한 증상 없이 침묵을 지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에 이상을 느껴서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일 때도 많아, 평소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B형간염은 간경변증과 간암의 주요원인이 되는 질환으로, 평소 관리가 없다면 심각한 간질환으로 발전하기 쉽다.

실제로 병원에 내원한 환자 중, 평소 간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암을 선고받는 안타까운 사례도 있다. 어느 날 23세의 남자 대학생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며, 상복부 불편감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은 적이 있다. 병력을 추적해보니, 태어나면서 모체로부터 B형간염이 수직감염된 환자였다. 복부를 촉진해보니, 간장이 커져있고 딱딱한 결절이 만져졌다. 간암이 의심되는 상황이라, 정확한 소견을 내리기위해 즉시 복부초음파를 실시했다.

결과는 간암이었다. 간 전체의 2/3 정도에 암 세포가 퍼져있어 당장 치료를 시도하는 것이 불가능해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환자에게 마지막으로 검진한 것이 언제냐고 물어보니, “4~5년이 넘었다.”라는 안타까운 대답이 돌아왔다.

보통 B형간염에서 간암으로 발전하는 경우 간이 딱딱하게 섬유화되는 간경변증이라는 과정 없이 간암으로 바로 이어지는 수준은 40% 정도로 높은 선이다. 또한 B형간염 환자의 15~25%는 별 다른 증세와 증상 없이 이처럼 심각한 간질환으로 발전한다고 한다. 간염환자들에게 정기검진을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실제 만성B형 간염 환자들 중에는 병원을 찾지 않은 채, 간염을 방치하는 사례가 많다. 이는 신체에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본인이 관리가 필요한 환자라는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도중 어느날 갑자기 B형 간염 바이러스가 활성화 되거나 눈에 띄는 신체의 이상현상과 함께 병원을 찾게 된다면 더욱 고된 치료과정은 물론이고 비통한 암 선고를 받는 극단적인 경우도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B형간염 보유자로 진단받은 경우에는, 반드시 최소 6개월 마다 병원을 찾아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검진은 간기능검사, 바이러스활성화 검사, 간초음파 검사로 총 3가지 종류의 검사를 받는 것이 대한간학회가 권장하는 기준이다. 일부 환자 중에는 기초적인 검사인 간기능검사만 받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간기능검사는 간을 공격하는 바이러스에 대한 우리 몸의 면역반응 정도를 알아보는 검사라, 몸이 약해져있거나 오랜 기간 간염을 보유하여 바이러스를 해롭게 인식하지 못할 정도에 이르면 정상 소견이 나올 수도 있다. 이렇다보니 간기능검사로는 계속 정상소견이 나왔다가, 어느 날 상태가 이상하여 확인해보면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발전한 경우도 자주 볼 수 있다.

B형 간염은 완치라는 개념은 없는 질환이지만 치료방법이 없는 ‘불치병’은 아니다. 검진만 제대로 받는다면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는 시점을 아는 것이 어렵지 않고, 의료진과 함께 늘 건강 상태를 확인하여 심각한 질환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다. 바이러스가 활성화된다고 해도, 항바이러스 치료를 한다면 간 기능도 정상수준으로 회복된다. 물론 이 과정에 별 다른 증상이 없다보니, 본인이 환자라는 생각을 잃기 쉬운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가족 등과 함께 서로를 독려하며, 꾸준히 치료받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다지는 것도 간염을 보다 쉽게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싶다.

홍익병원 주형준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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