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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길 막힌 중고차 … “올 수출 40% 줄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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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리비아로 수출 예정인 중고차들이 인천항 야적장에 머물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30일 인천항 41야적장. 아반떼·쏘나타·스타렉스 등 중고차 100여 대가 먼지를 뒤집어쓴 채 주차돼 있다. 차들의 앞 유리창엔 흰색 사인펜으로 ‘Libya’라고 영문으로 큼지막하게 적혀 있다. 아프리카 리비아가 행선지란 표시다. 그러나 수출길은 막혀 있다. 지난달부터 리비아가 내전상태에 빠져들면서 현지 항구가 폐쇄되고 수출품 하역·통관 등이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중고차 수출회사인 ‘이노무역’ 김이노 대표는 “월 120대 정도 수출했으나 올해 들어 50대 정도밖에 못 하고 있다”며 “그렇다고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기약도 없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재스민 혁명’에 국내 중고차 수출업계가 역풍을 맞았다. 정국이 불안한 리비아·수단·이집트 등과의 거래는 사실상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 초 화물선에 실어 보낸 3000여 대의 중고차가 현지로 못 가고 그리스·이탈리아·요르단 등에 임시 정박해 비용 부담만 커지고 있다. 현지 바이어는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연합국이 군사개입을 시작한 리비아는 요르단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지난해 국내 중고차 수출물량의 11%(2만6531대)가 리비아에서 팔렸다. 남북으로 갈려 내전을 겪어온 수단은 지난해 국내 중고차의 여섯 번째 수입국이다.

올 7월 남수단이 독립할 예정이지만 반군의 반발로 치안이 불안해지면서 현재로선 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최대 수출시장인 요르단은 왕정이 안정돼 당장엔 문제가 없지만 요르단에서 인접 국가로 재판매되는 물량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업체들의 걱정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해외에 수출한 중고차는 승용차·트럭 등을 포함해 모두 23만9556대다. 금액으로는 12억4700만 달러(약 1조3300억원)에 이른다. 국산 자동차의 품질이 향상되면서 중고차 수출도 해마다 증가해 왔으나 지난해 말부터 경기침체와 고유가로 전체적으로 수요가 줄고, 주요 수출국의 정치불안이 겹쳐 수출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의 김태현 회장은 “현재 상황이 계속된다면 올해는 40% 이상 수출이 급감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국내 중고차 수출의 90%를 처리하는 인천 지역은 타격이 크다. 중고차 사업의 특성상 수리·튜닝·발송 등 관련 종사자를 합치면 2만~3만 명이 중고차 수출업에 종사하고 있다. 이노무역 김 대표는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의 거래처를 접촉하며 급하게 물량을 돌리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며 “수출금융 지원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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