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여야 할 한국이 썰렁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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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 때 쯤이면 대박을 쳐야 할 일본 벚꽃놀이 상품이 된서리를 맞고 있다. 일본의 원자력발전소 사태로 인한 방사능 오염 공포 때문이다.

한국도 때아닌 관광비수기가 됐다. 일본 원전사태가 한국의 관광산업까지 공습하고 있는 셈이다.

2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대만 타이베이에서 25~28일 패키지 여행 상품을 판매하는 여행상품 페어가 열렸다. 그런데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였던 일본 부스가 거의 사라졌다. 대회장에서 일본 상품을 판매하던 한 대형 여행사를 찾은 노부부는 "일본에 가는 대신 한국에서 벚꽃을 볼 수 없느냐"고 묻기도 했다.

대만 여행 업계에 따르면 4월 중순쯤 일본 동북 지방 꽃놀이와 온천 여행 코스가 인기였지만 지금은 거의 다 취소된 상태다. 도쿄 행도 취소가 속속 잇따르고 있다.

4월 하순에 개통되는 유명 산악관광코스인 도야마현 다테야마구로베 알페루트도 예약률이 신통치 않다. 4박5일 일정의 상품은 2만8000 대만 달러(약7만6000엔)이던 것을 1만9900대만달러(약5만4000엔)로 내렸는데도 성과가 없다.

대만여행업계가 내놓은 4~5월분 일본 상품은 99%가 취소된 상태라고 아사히 신문은 전했다.
일본 현지 역시 벚꽃놀이 시즌임에도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도쿄 벚꽃놀이의 대명사로 통하는 우에노 공원엔 3년 만에 팬더가 동물원에 복귀했지만 지진 여파로 3월 말까지 문을 닫을 예정이다. 고급주택가 주변에 있는 이노카시라 공원은 홈페이지에 아예 벚꽃놀이를 삼가 해달라는 공지를 내걸었다. 다마동물공원, 가사이 임해 수족관 등도 당분간 개장을 미루는 등 숙연한 분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국 관광업계다. 대만의 노부부처럼 한국으로 발길을 돌리거나 최소한 예년 수준의 관광객이 오면 별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일본의 원전사태 불똥이 한국 관광업계마저 얼어붙게 만들었다.

한진관광 중국 인바운드 관계자는 “중국 광저우에서 일본 여행 수요가 많았는데 일본 사태 이후 한국 행도 미정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국도 일본 방사능 사태와 관련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언론과 네티즌의 반응들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면서 한국관광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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