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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칼럼] B형간염, 정기검진이 '최선의 치료'

중앙일보

입력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이원표 회장

최근 병원을 찾은 40대 후반의 주부 B씨는 간암 환자로, 이미 주위조직까지 간암이 전이된 상태였다. 수술을 하기에도 늦은 상태라,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치유 가능성이 낮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B씨의 경우 간암의 원인은 B형간염이었다. 10년 전 이미 B형간염을 진단 받았었으나, 의사의 소견대로 정기적인 검진을 받던 것도 잠깐이었다.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시간과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어 점차 검진을 멀리하게 된 것. 그 동안 검진을 꾸준히 받았더라면 간암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혹은 간암으로 발전했다고 해도, 조기 발견이 가능했을 것이다.

반대로 정기검진을 통해 건강을 잘 관리하는 환자도 있다. 20대 대학생인 H씨는 모친으로부터 수직감염된 만성B형간염 환자였다. 처음부터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활성화된 경우로, 꾸준히 정기검진을 해왔으나 특별히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정기검진을 통해 간기능이 악화되는 것을 발견,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시작했다. 투약 후 곧 간기능은 회복세를 보였으나, 지속적인 바이러스의 억제가 필요하다는 소견에 따라 꾸준히 약물치료를 진행하며 간 상태를 관리하고 있다.

B형간염은 간경변증과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 B형간염을 앓는 환자 중 70% 정도가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발전한다. 이 같은 간질환은 최근 10년간 국가의 백신사업 및 다양한 건강캠페인을 통해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최근에는 다시 증가세에 들어섰다. 국민건강보험에서 발표한 만성B형간염 환자 수를 보면, 2006년에는 263,620명이던 것이 차츰 증가하여 2009년에는 303,078명에 이를 정도다.

우리나라의 간암 발생은 지난 날 B형간염이 줄어들며 함께 줄어드는 추세였지만, 여전히 국가암조기검진사업 대상인 5대 암(간암, 위암, 폐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중 하나일만큼 심각하다. B형간염 보균자는 정상인에 비해 간암 발병 위험이 100배까지 크기 때문에 B형간염 보균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간경변증 역시 우리나라의 8번째 사망원인이다. 성별로만 따지면 남성의 5위 사망원인, 여성의 10위 사망원인에 해당한다. 이 중 48~70%까지 B형간염이 원인이 된다.

과거에는 이렇게 심각한 B형간염을 위한 치료법이 뚜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의학이 발전하며, ‘완치’의 개념은 아니더라도 항바이러스제 치료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간을 공격하는 것을 막을 수 있으며, 간경변증이나 간암 등으로 발전하는 것도 예방할 수 있다.

B형간염의 치료는 항바이러스제를 적기에,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다. 이 같은 치료를 위한 해답은 앞서 언급한 환자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정기검진’에서 찾을 수 있다. 보통 항바이러스제 치료는 B형간염 보균상태에서 바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다.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는 시점을 지속적으로 정기검진을 통해 확인하고,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면 전문의의 소견에 따라서 적기에 약물치료를 시작하게 된다.

이렇게 치료하면, 간암의 경우 과거 수개월에 지나지 않았던 평균 생존 기간을 크게 연장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간암 5년 생존률이14.4%로 많이 향상되었고, 조기에 발견하면 간암 1기 생존률은 80%, 2기 생존률은 50%에 이른다. 반면 뒤 늦게 간암을 발견하면 생존률은3기에는 20%, 4기는 5%로 급격히 떨어진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B형간염은 ‘정기검진’을 지치지 않고 꾸준히 받아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특별한 증세가 없더라도 병원을 찾아 정기검진을 받아야 한다. 검진를 받을 때는 최소 6개월 간격으로 규칙적인 진찰을 받고, 일반적인 간기능검사 외에도 간초음파검사와 B형간염 바이러스 활성화 정도(DNA 수치 검사, E항원 검사, E항체 검사) 등을 꼭 받을 것을 권유한다. 간기능검사를 받으면 간수치는 알 수 있지만, 일부 환자 중 간염을 오래 앓아왔거나 만성질환 등으로 면역력이 약화된 환자는 제대로 된 수치를 알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간암표식자 검사도 함께 받으면 더욱 좋다.

시중에는 수 많은 건강 속설이 난무하고, 환자들도 이 같은 정보를 듣고나면 이를 모른 척 하기 쉽지 않다. 건강식품이나 생약제제 등 소위 대체의학들도 환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의학적인 치료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해가 될 수도 있으니 반드시 의료진의 소견에 따라 치료해야 함을 환자 스스로 명심해야 하겠다.

위앤장 이원표내과 이원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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