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 평택 미군기지 이전비용 … 3조3000억늘어 8조8900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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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군기지 이전 사업단 관계자들이 29일 평택 미군기지 공사 현장에서 국방부 출입기자단에 이전사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미 양국은 2016년까지 기지 이전을 마치기로 합의했다. [국방부 제공]


경기도 평택 미군기지는 거대한 황토밭 같았다. 서울 용산기지와 의정부 및 동두천의 2사단 병력과 시설을 수용할 평택 미군기지 공사현장은 기존 캠프 험프리(293만 평)를 포함해 1465만㎡에 이른다. 여의도 면적의 5배다. 2004년부터 2년간 이어진 대추리 주민들의 이주 거부 시위, 대추리 민가 지붕 위에 올라서 시위하던 정치인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추월금지(N0 Passing), 속도 20㎞ 제한(Speed limit)’ 같은 영어와 한국어가 섞인 도로 표지판, 성토를 위해 350대의 덤프트럭이 하루 열 번씩 오가며 쏟아붓는 성토용 더미만 눈 안에 들어왔을 뿐이다.

 29일 주한미군이전사업단(단장 김기수)이 언론에 처음 공개한 평택 미군기지 완공 목표연도는 2015년이다. 전체 공정률은 14%, 성토 작업은 38 %가 완료된 상태다. 2016년까지 부대 이주가 완료돼 4만5000명이 상주하게 된다. 사업단 관계자는 “미국의 해외 단일 기지론 최대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2년 동안 이어진 대추리 주민들의 시위, 3년간 이어진 한·미 협상 등 고비를 넘긴 이후로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막대한 비용이다. 우리 측 부담비용은 9조원에 육박한다. 추산 건설비 5조341억원에 사업지원비(3조8600여억원)를 합하면 8조8900여억원이다. 2004년 용산기지 이전 협정에 대한 국회비준 시점을 기준으로 3조3000억원가량 늘어났다. 건설비도 국회비준 시 4조4470억원보다 5871억원 증가했다. 물가상승, 예비비 반영 등이 이유다.

 이처럼 거액의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게 된 원인을 지난 노무현 정부의 ‘자주 외교’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2004년 12월 국회에서 통과된 ‘용산기지 이전 협상과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은 ‘원인제공자 비용부담’ 원칙을 규정하고 있다. 용산기지 이전을 처음 제기한 것은 1988년 노태우 정부였고, 당시 이전 문제를 제기하는 측이 비용을 댄다고 합의한 바 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3월 용산기지 이전 협상을 제기하면서 ‘주한미군의 용산기지 이전은 비용은 한국이, 동두천·의정부에 위치한 미 2사단 이전비용은 미국 측이 전액 부담한다’고 미국과 합의했다. 당시 미국은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주도로 해외 주둔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를 위해 미군기지 재배치(GPR)를 추진했고 어차피 용산기지를 평택 등 어느 한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2008년 초 정권교체 직후 김장수 당시 국방부 장관(현 한나라당 의원)은 “당시 우리 정부가 떠맡지 않아도 될 기지 이전비용 일부를 떠맡게 됐다”고 말했다.

평택=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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