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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극장등에 특정업체 전산망가입 강요물의

중앙일보

입력

국세청이 세원관리를 이유로 극장과 공연장들에 대해 특정업체의 입장권 전산발매시스템 가입을 강요하고 있어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국세청은 특정 전산망 발매시스템 가입을 강요할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욱이 이 시스템 가입에 따른 수수료(입장료의 2∼3%)
는 관람료에 반영될 예정이어서 소비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23일 재정경제부, 국세청, 문화관광부 등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8월 고시를 통해 1단계로 영화상영관(전국 152개)
과 공연장은 올해말까지 문화관광부장관 지정 표준전산망인 (주)
지구촌문화정보서비스의 `티켓링크'를 이용해 입장권을 발매토록 의무화했다.

일선 세무서들은 또 최근 전국의 각 극장에 공문을 보내 '이 전산망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세법상, 행정상 조치가 뒤따른다'고 통보, 사실상 세무조사 등의 조치가 있을 것임을 내비쳤다.

국세청은 극장과 공연장이 이 전산망 가입을 기피하는 경향이 뚜렷하자 과태료부과 등의 조치를 곧 취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으며 세무서직원들은 극장을 돌아다니며 일단 가입신청서라도 내라고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국세청이 이 조치를 강행할 경우 이미 전산 발매시스템을 갖춰놓은 서울시내 30여개의 극장들은 새로운 시스템으로 교체해야 하며 전산망운용 업체에 수수료를 내야 한다.

또 이들 극장에 이미 전산망을 보급한 기존 전산망 운용업체의 경우 수십억원의 재산피해가 예상된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원관리 차원에서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시스템을 도입토록 했다'면서 '따라서 국세청이 특정업체를 지정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당초 표준전산망은 국.공영 문화기관을 중심으로 설치운영하고 민간공연장이나 경기장은 권장 수준에서 보급키로 했다'면서 '국세청이 민간 극장 등으로 대상을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재경부는 '부가가치세법 25조 2항에는 「관할세무서장이 부가가치세의 납세보전 또는 조사를 위해 납세의무자에 대해 장부.서류 기타 물건의 제출 또는 기타 필요한 사항을 명할 수 있다」로 명시돼 있어 문화관광부가 지정한 전산망에 가입토록 하는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면서 '다만 문관부의 대상업체가 국.공영 문화기관으로 민간 극장과 공연장은 제외돼 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극장과 공연장들은 이미 깔려 있는 전산망으로도 국세청이 납세관련 자료를 충분히 입수할 수 있는데도 굳이 외국에 로열티까지 지불해야 하는 업체의 전산망을 강요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밝혔다.

극장의 한 관계자는 '국세청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반강제적으로 볼 수 있다'면서 '새 전산망을 무료로 깔아준다는게 국세청의 설명이나 기존의 전산망과는 달리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가입하는 것을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서울=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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