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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민주화 모래바람, 평양까지 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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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최근 중동·아프리카에서 불고 있는 민주화 모래바람은 북한에도 번질까. 2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반도포럼(회장 백영철 건국대 명예교수) 주최의 창립학술회의에 참여한 발제·토론자들은 이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한반도포럼은 보수와 진보 학자 35명이 모여 한반도 평화 로드맵을 마련하는 싱크탱크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리비아가 튀니지·이집트와 달리 시민세력에 의해 바로 붕괴되지 않은 것은 조직적인 억압체제를 갖췄기 때문”이라며 “북한은 이보다 훨씬 강한 통제 장치를 갖고 있어 북한에 재스민 혁명이 번질 가능성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최진욱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은 “재스민 혁명을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처럼 독재국가 붕괴는 징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에 혁명을 일으킬 주도세력은 없지만 오랜 독재정권에 희망을 찾지 못한 주민들의 불만이 누적돼 봉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단기간에 북한의 민주화 가능성은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조동호 이화여대 교수는 “당장 북한의 급변 요소는 없다”며 “그러나 북한의 계획경제 규모가 축소되고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장기적으로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날 회의에선 경색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의견도 제기됐다. 기조발제를 한 이홍구 전 국무총리는 “남북 분단상황이 60년 넘게 이어지면서 한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지름길 유혹’을 느낄 수 있는데 그럴수록 착실하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또 통일논의를 놓고 남남 갈등을 빚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수가 정부 당국을 향해 대화를 하라고 요청하고 진보는 북한의 인권, 세습체제에 대해 비판을 해야 통일논의가 견실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영철 건국대 명예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은 북한의 수용 가능성을 고려치 않아 대북정책으로는 부적절한 면이 없지 않다”며 “비핵 진전과 연계한 평화협력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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