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당포기 3당3색

중앙일보

입력

2여 합당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 국민회의측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으며, 자민련과 한나라당은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속사정은 좀 다르다.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이해관계가 같은 당내에서도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여권 총선전략의 대전제였던 2여합당 구도가 깨지면서 당혹감과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국민회의 핵심 당직자는 "지난해 6.4 지방자치 선거때는 정권 초기인데다가 공동정권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지만 지금은 그 반대" 라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는 합당을 가정했을 때와 비교해 10석가량이 줄어들고, 영남권에서는 고전을 면치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만섭 (李萬燮)
총재권한대행은 "金총리가 합당하지 않을 줄 알았다" 며 "신당을 띄우는 데 노력하면 승산이 있다" 고 강조했다.

신당측 이재정(李在禎)
총무위원장은 "합당이 꼭 됐어야 했는데…" 라며 안타까와 했다.

◇자민련

겉으로는 "앓던 이가 빠졌다" 며 크게 반기는 분위기. 일각에서는 김종필총리가 김대중대통령의 설득에 번번이 마음을 바꿨던 경험때문에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다만 자민련은 이 문제에 대해 공식논평을 내지 않아, DJP의 회동이 매끄럽지 않았던 게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회동 직후 있은 청와대 만찬에 참석하던 이양희 대변인은 "합당이 없다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어서 굳이 논평을 내지 않겠다" 고 말했다.

속반응은 복잡했다. 특히 합당불가 서명운동까지 벌였던 영남권 의원들은 "무소속이나 한나라당으로 몸을 바꾸기 위한 '탈당명분 축적용' 으로 합당 반대 목소리를 높여왔는 데 곤란하게 됐다" 고 허탈해했다.

'합당 불가피론' 을 폈던 한영수.이태섭 부총재등 수도권 의원들은 "내년 선거가 어렵게 됐다" 며 한숨을 쉬었다.

◇한나라당

반색하는 표정이다. 당직자들은 "내년 총선 구도가 2여1야로 확정됐기 때문에 싸우기가 한결 쉬워졌다" 고 입을 모았다.

이사철(李思哲)
대변인은 "이념과 정책이 다른 두 정당이 정략적인 합당을 포기한 것은 당연한 일" 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2여의 연합공천이 문제지만 합당의 경우 보단 파괴력이 약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하순봉(河舜鳳)
사무총장은 "총선의 최대 승부처가 될 수도권에서 승기를 잡았다" 고 말했다. "두 여당의 연합공천이 말처럼 그렇게 쉽게 이뤄지겠느냐" 고 공동여당 연합공천에 회의론을 폈다.

이하경·전영기·이상일 기자
<hak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