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써니리] ‘미국도 중국과 대화하려고 엄청 노력하는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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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폭침이 발생한 지 1년이 됐다. "1992년 한중 수교 후 최대 교역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북한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이해하고 건설적인 역할을 하리라 기대했다. 그래서 한국은 무역문제, 고구려 역사 등 마찰이 있었음에도 중국을 자극하려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달라이라마를 초청하지 않은 것도 이런 배경이다." 아산정책연구원 함재봉 원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국제사회에 공조하지 않는 중국 모습을 보고 한국 국민이 중국에 대해 가지고 있던 우호 감정이 많이 상했다. 중국에게 이제는 할 말은 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함재봉 원장은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더욱 중요하게 인식하게 된 것도 "중국 덕택"이었다고 꼬집었다.

"이제 한국이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하다. 시민사회, 언론도 역할을 해야 한다."

그는 한국에 대해서도 일침을 잊지 않았다. "한마디로 중국에 '선' (관시)이 너무 부족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우리가 중국에 정치, 외교적으로 소홀 했구나 느꼈다." 그는 북한 문제로 손상된 한중관계를 빨리 회복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그런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양국간 비공식 '위기관리 채널'의 부재 문제도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함재봉 원장은 최근에 한국에서 미국의 북한 전문가들 그리고 미국의 중국 전문가들과 가장 많이 교류하는 학자들 중 한명이다. 최근엔 스스로 중국을 더 잘 알아야 겠다고 해서 중국도 방문했고, 하버드-옌칭 연구소장을 지낸 뚜웨이밍(杜維明·두유명) 베이징대 고등인문연구원장을 직접 서울로 초청해 강연회도 여는 등 미국, 중국 양쪽 모두의 '투트랙' 교류를 활발히 하고 있다.

"미국사람들도 중국과 전략 대화를 하면서 기본적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 매우 힘들다고 한다. 그럼에도 미국 사람들은 중국과 대화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한다. 거기에 비하면 한국은 갈 길이 멀다."

함재봉 원장은 해법으로 "한국 전문가들이 워싱턴에 가는 것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베이징에도 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터놓고 얘기 할 수 있는 대화채널 만들고, 친구 만드는 작업 빨리 해야 한다. 중국 전문가들을 키우는 정도가 아니라, 고급 전문가들을 만드는 작업을 지금부터라도 해야 한다."

써니리 (=베이징)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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