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재선 패닉 … 강남·서초·송파도 안심 못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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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이 내년 총선에서 얻을 성적표에 대해선 초·재선 의원들이 3선 이상의 중진보다, 수도권 의원들이 영남 지역 의원들보다 회의적이었다.

한나라당 초·재선 의원들이 19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차지할 걸로 예상한 의석수의 평균은 128석이었다. 3선 이상 중진 의원들이 전망한 의석수의 평균인 136석보다 적은 숫자다. 이는 초·재선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좀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다. 수도권에 지역을 둔 의원 58명이 예상한 의석수의 평균은 126석이다. 반면 영남 지역 의원들(39명)은 평균 133석을 얻을 걸로 봤다.


 수도권의 초·재선 의원들, 특히 서울 지역 초·재선 의원들의 위기감은 다른 지역 여당 의원들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있다.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49명)이 예상한 내년 총선의 여당 성적은 평균 124석이다. 이들 중 서울에 지역구를 둔 초·재선 의원들(26명)은 평균 121석밖에 얻지 못할 걸로 전망했다.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노무현 당시 대통령을 탄핵, 엄청난 역풍 속에서 선거를 치른 결과 얻은 의석이 121석이었다.

 서울 지역 초·재선 의원들 중 10명은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100석 이하의 의석을 얻어 참패할 걸로 봤다.

신지호(서울 도봉갑) 의원은 “대통령이나 여당에 대한 불만이 가장 예민하게 표출되는 곳이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이라며 “지역을 돌다 보면 ‘당신 혼자 열심히 하면 뭐하냐. 정부와 여당 지도부가 엉망이면 국회의원 한 명이 (지역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소용없다’라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지기반인 영남 지역의 초·재선 의원들(30명)이 예상한 19대 국회의 한나라당 의석수는 평균 132석으로, 수도권 초·재선들의 전망치보다 높았다. 영남의 3선 이상 의원들(9명)이 전망한 평균 의석수는 135석이다. 이는 영남보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여당 의원들의 위기감이 크다는 걸 알려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한구(대구 수성갑) 의원은 “당 지도부와 중진 의원들이 위기의식을 더 가져야 하며, 수도권 민심이 심각하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진 의원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공천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수도권에서 참패할 수 있다”며 “우리가 늘 이겼던 서울 서초·강남·송파 지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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