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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 마케팅으로 美시스코 따라잡는다…한아시스템 신동주사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얼마 전 모 경제지에서 한국의 벤처기업인 표준으로 선정됐다. 그 이유는?
“우선 나이에 있어 34세에 창업해 현재 42세이다. 아마 벤처기업인의 주류가 나와 비슷한 세대인 것 같다. 이와 함께 기술력, 위기 극복 능력, 진취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안다.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시스코와 같은 세계 최고의 기업과는 비견할 바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착실히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라우터는 하드웨어는 간단한 편이지만 소프트웨어는 복잡하고 다양하다.

그 동안 축적한 라우터의 소프트웨어 기술이 인터넷 네트워크 장비 시장에서 핵심역량이 되고 있다. 자체기술로 라우터를 공급하고 있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둘째는 위기극복 능력이다. 창업후 지금까지 두세 번의 심각한 위기를 겪었다. 특히 IMF 위기시에는 은행자금이 막히고 2배의 환율부담을 지는 등 최대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 개인주주를 설득해 추가투자를 받는 데 성공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했다. 창업 초창기에는 개발한 기술에 대한 자신감을 갖지 못해 과감한 투자를 못함으로써 시장선점의 기회를 잃을 뻔한 위기를 겪었다. 이렇게 위기에 단련되다 보니 겁이 없는 편이다. 셋째는 진취성으로 공격적인 비즈니스를 구사하는 편이다. 항상 문제는 있는 것이고 문제를 많이 해결할수록 기업역량도 커진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겁내지 않고 되도록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자세를 강조한다.”

─한아시스템의 경쟁력은 어디에 있는가?
“현재로는 브랜드 이미지에 있지 않나 한다. 삼성, 쌍용, LG 그리고 중소전문업체들과 경쟁하고 있지만 한국통신에 가장 납품을 많이 하고 있다. 이러한 실적은 외국 진출시에도 인정받는다. 그 동안 축적된 기술 덕분에 제품의 안정성이 우수해 브랜드 이미지가 이제는 정착되고 있는 단계이다. 이와 함께 영업력은 기술 부문 못지않은 강점을 가지고 있다. 영업사원은 모두 8명에 불과하지만 특유의 ‘게릴라 마케팅’기법으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즉 소리 없이 한 명, 한 명의 고객에 밀착해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호소하고 있다. 이 영업사원들에게는 영업실적에 따른 별다른 인센티브가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평소 다져 온 애사심과 일에 대한 성취감에 사기가 높다. 최근에는 스톡옵션 제도의 도입에 따라 회사주식을 보유하게 돼 주인의식이 더욱 강화됐다.

─어떻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포착하고 있나?
“작년에 게임방 수요의 폭발 덕분에 한 달에 2천대의 라우터가 한꺼번에 팔리는 특수를 맞이 했다. 이런 것을 보면 운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이러한 운도 나름대로의 사업진출의 원칙이 정립됐을 때 찾아온다고 생각한다. 첫째 남보다 잘하고 있는 분야의 연장선상에서 기회를 찾는 것이 좋다. 둘째 어려운 분야를 택해 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비록 초기에는 엄청난 고생이 따르더라도 나중에는 이것이 진입장벽이 되어 경쟁우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벤처캐피털들로부터의 자금유입이 활발한 편이다. 투자유치의 노하우는?
“KTB, 산업은행, 기은캐피탈, IT 벤처, CDIB 등 유수의 창투회사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최근에는 이들 투자회사의 담당자들이 스스로 후원회를 조직, 정기적인 모임을 만들었다. 우선 서로 만나면 재미있고 정보교환 등을 할 수 있어 유익하다는 것이 모임의 취지인 것 같다. 투자유치의 노하우라면 많이 양보하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다. 대부분 가격이 중요 이슈인데 이것을 양보하고 창투사의 우수한 능력과 지원을 더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코스닥 등록시 이들의 눈에 안보이는 도움이 큰 힘이 됐다. 기업공개의 과정에서 부족한 것이 한 둘이 아니고 이 모두를 내부 인력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부족 부분을 투자자 그룹이 채워주었다. 한마디로, 나누어 가지자 그리고 능력있는 우호세력과 평소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자는 것이 핵심 전략이다.”

─기업이념이 무엇이고 경영에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가?
“한아의 기업이념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것이다. 개인가치의 실현을 통해 기업경쟁력을 높이고 국가산업 발전에 이바지하자는 뜻이다. 그래서 평소 개인 비전의 확립을 강조하고 있다. 사내 전산망이나 매주 아침에 개최되는 부서별 실적보고회, 그리고 휴식시간의 비공식적 대화 등을 통해 사원들과 접촉을 자주 가지려 한다. 개인 경영철학으로서는 ‘의(義)’를 강조한다. 잘못한 약속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 개인 신조이다.”

─이 시대에 벤처기업인의 사명은 무엇이고 벤처기업이 기존 기업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우리 세대는 사회적으로 혜택을 많이 누린 편이다. 개인적으로는 대학원 특례로 군복무를 면제받았다. 이에 따라 기술로 보국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다. 창업 초기에는 국산화에 의한 수입대체에 주력했지만 지금은 첨단기술 제품을 수출해 외화를 획득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특성은 과거 대기업에 다닐 때의 경험과 비교할 때 많이 다른 것 같다. 특히 전 직원들이 우리 회사라는 의식을 가지고 있으며 회사 성장의 과실을 전 직원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것 같다. 또한 사외의 이해관계자 집단들과도 경영성과를 나누어야 되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경영 투명성을 유지해야 하는 것도 차이점이다.”

─향후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추이와 회사의 성장전략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산업화 시대에서 인터넷 정보혁명의 시대로 진입했다. 이에 따라 회사나 개인들에 의한 인터넷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이며, 인터넷 장비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략적 측면에서 고객별, 지역별 시장세분화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지방화와 세계화는 앞으로의 핵심전략이다. 다양한 통신업자들과의 거래를 통해 지방 진출을 강화할 것이다. 그리고 중국시장에의 진입을 시작으로 해외진출에도 역점을 두려 한다. 내년에는 전체 매출 중 30%를 수출이 차지할 것이다.

이와 함께 신규사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도 진행중이다. LAN 시장에서 ADSL 시장으로 신규 진출할 예정이며, 이와 관련해 텔레맨이라는 미국법인에 이미 2백만 달러를 투자했다. 앞으로는 단순한 제품판매만이 아니라 자본을 가지고 M & A나 전략적 투자를 하는 전략이 더욱 필요해질 것이다.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향후 기업가치의 증대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가?
“관련 분야의 세계 최고인 미국 시스코사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해 이익이 많이 나면서 성장속도도 빠른 회사를 만들겠다. 경영기법은 미국의 제휴회사인 자일렌사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출처:이코노미스트제 5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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