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심각하게 굶주린다고 보기 어렵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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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식량기구(WFP)가 최근 실시한 북한 식량실태 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한국과 미국·일본및 서방 국가들은 북한 식량난이 심각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렸다고 정부 고위 관계자가 27일 전했다. 관계자는 "WFP가 지난달부터 이달초까지 북한내 수십개 군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를 지난주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들 국가 관계자들에게 브리핑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관계자는 "WFP는 북한의 식량배급량이 전보다 줄어들었다는 점, 옥수수·감자 생산량이 전년보다 감소했다는 점 등을 들어 식량 상황이 나빠졌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북한 당국은 (식량 상황이 어려운 것처럼 보이려고) 일부러 배급량을 줄였을 가능성이 크며, 북한 주민들은 장마당 등을 통해 식량을 마련하기도해 배급량이 감소했다는 것만으론 식량사정이 나빠졌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옥수수·감자는 북한에서 생산되는 식량의 10%선에 불과해 큰 의미를 갖지못한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북한이 WFP에 보고한 쌀 도정율(깎는 비율)이 65%에 달한 점도 논란이 됐다"며 "도정율을 10%포인트만 올렸어도 40만t의 식량을 추가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WFP는 북한이 요즘 전국적으로 '군량미 헌납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보고했다"며 "정말 북한의 식량 사정이 절박하다면 그 나라 사람들이 무슨 여유가 있어 군량미 헌납운동을 벌이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런 이유들 때문에 브리핑을 들은 각국 정부 관계자들은 '북한이 심각하게 굶주린다고 보기어렵다' '북한의 식량지원 요구는 황당하다. 굶주림 때문이 아니라 강성대국 축제용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도 이런 점에서 평가가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미국이 WFP 조사를 토대로 즉각 대북 식량지원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이번 WFP 브리핑에 미국은 국제개발처(USAID) 관계자가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자는 "WFP 측은 북한내 수십개 군을 돌아다니며 식량상황을 조사했으나 예고없이 특정지역을 방문하는 등의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조사는 하지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텅빈 식량창고등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곳만 데리고 다녔을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우리 정부는 영유아 등 북한 취약계층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WFP의 조사결과 등과는 별도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별도로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이에 앞서 24일 WFP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600만명 이상의 북한 주민이 긴급한 국제 식량지원 필요성에 처해 있다면서 43만t의 국제적 지원을 권고했다.

강찬호 기자 stonco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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