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천씨, 종묘에서 첫 설치미술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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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에 의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종묘(사적 제125호)에서 창건 6백여년만에 처음으로 미술전시회가 열린다.

베니스 비엔날레 특별상 수상작가(95년) 전수천씨는 20일 '내년 1월 1일 새벽 0시 종묘 영녕전(보물 제821호) 앞 상월대에서 지혜의 상징인 알루미늄 큐브 2001개가 `지혜 큐브'라는 작품제목으로 일반에 선보인다'고 밝혔다.

조선조 역대 왕과 왕비 그리고 추존왕과 왕비의 신주가 봉안된 종묘에서 현대미술인의 전시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씨는 '이번 전시는 세종문화회관이 주최하는 `밀레니엄 2000 - 지혜의 상자'(15일자 본지 기사 참조)와 연계되는 것으로, 세종문화회관 중앙계단에도 같은 모양의 은빛 큐브 1001개가 설치돼 우리 민족이 지혜를 바탕삼아 힘차게 21세기로 뻗어나가자고 다짐한다'고 덧붙였다.

종묘에 설치되는 큐브는 붉은 빛 1000개와 푸른 빛 1000개로, 가로와 세로 9.5cm, 높이 21cm의 이 큐브들은 과거 천년과 미래 천년을 각각 상징하며 일정한 간격을 두고 전시된다. 가로, 세로, 높이가 모두 55cm인 대형 큐브 1개도 이들 2000개 큐브 한 가운데에 놓여 지혜의 푸른 빛을 더욱 찬란히 내뿜게 된다.

전씨는 문화재청, 전주이씨대동종약원 등 관계기관 및 단체와 6개월간에 걸친 협의 끝에 이번 종묘 전시를 이끌어냈다. 특히 전시 첫날 새벽 0시부터 2시까지 종묘를 일반에 공개키로 한 것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전씨는 '조선은 지난 천년 중 가장 긴 시간을 차지했던 왕조로, 이 시대의 정신적 문화적 토양이 됐다'고 전제한 뒤 '이번 설치는 세종문화회관 전시와 더불어 종묘가 지닌 고요, 절제, 웅장함을 토대로 창조적 도약을 꿈꾸자는 메시지를 담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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