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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90년대 미술'이 있다.

중앙일보

입력

89년 서울 인사동 금호갤러리로 출발한 금호미술관(관장 박강자)이 개관 10년을 맞아 기념전 '1320'을 열었다.

지난 15일 개막한 이 전시는 10년의 시행착오를 중견 미술관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성인 신고식'이자, 지난 10년 동안 이 미술관에서 열린 총 3백20회의 전시를 하나로 간추려 미술관이 지나온 발자취를 보여주는 자리다.

전시를 기획한 신정아 큐레이터는 "젊은 미술가들이 문화적으로 격변기였던 90년대를 어떤 감수성으로 받아들여 왔는가 하는, 한국 현대미술의 최근 10년 흐름을 일별할 수 있는 자리"라고 전시가 갖는 또다른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기념전은 그간 전시를 통해 미술관이 전시를 통해 미술관이 작가로부터 기증받은 작품과 구입한 작품 70여점으로 꾸며졌다.

공성훈.박불똥.민경숙.심현희.박항률.강홍구.박모.김선두.김호득.도윤희.차명희.최석운.유근태 등이 이 미술관의 개인전을 발판으로 한 단계 비약을 꾀했던 작가들이다.

한편으론 우리의 고유한 정신성에 대한 고민 부족과 서구 미술에 대한 일방적 추종 등으로 점점 '그들만의 예술'이 돼가고 있는 오늘날 한국 현대미술의 단면을 엿보게 하는 아이러니도 존재한다.

1층은 '정신',2층은 '산수풍경과 꽃', 지하는 '인간'이라는 주제로 꾸며졌는데, 중구난방이기 쉬운 소자품들을 비교적 고른 톤으로 큐레이팅했다.

금호미술관은 개관전으로 당시 미술계의 최대 이슈였던 '형상'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80년대의 형상 미술'전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문화와 삶의 해석-혼합매체'전(90년)에서는 비정통 분야라 해서 홀대 받던 사진을 전시 영역으로 끌어오는 과감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밖에 일상과 개인이 부각되던 90년의 정황을 읽는 '오늘의 삶,오늘의 미술'(92년), 70년대 이후 한국 미술사의 전개 관정을 짚은 '한국 모더니즘의 전개-근대의 초극'(96년), 몸에 대한 담론을 건드린 '텍스트로서의 육체'(97년)등이 뒤를 이었다.

96년 지금의 사간동 자리로 이사한 후 금호미술관은 미술계의 '뉴스 메이커'이기도 했다. 미술관 3층을 매주 금용일 개방해 클래식 콘서트를 열어 그림과 음악의 퓨전을 연출한 일, 대관이긴 하지만 '대한민국 언더그라운드 만화페스티벌'을 공동개최해 대중문화를 순수문화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것, 레고.스티커 사진기. 게임방. 만화방 등 각종 놀이기구를 동원해 미술관을 거대한 '어린이 놀이터'로 만들어버린 어린이날 기획전 '쿨룩이와 둠박해'를 선보인 것 등이 그런 예들이다.

한편 10주년을 맞아 미술계가 그간 계속 지적해온 '숙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중견작가의 초대전을 제외한 나머지 전시에 출품하는 작가에게 의무적으로 작품 1점을 기증받는 것, 연간 전시 횟수가 너무 많고 공간 제공 외에 비용 지원이 없는 것 등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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